소형가전제품 수입 급증...국내 제조업체 긴장

헤어드라이어·전기다리미·전기토스터·커피메이커 등 외산 소형 가전제품의 수입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국내 제조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9일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필립스·브라운·물리넥스 등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외국업체들의 소형 가전제품이 주로 수입돼 왔으나 최근엔 일본·중국 및 동남아시아와 스페인·이탈리아·독일 등 유럽지역 가전제품까지 경쟁적으로 수입되고 있어 국내 소형가전 제조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93년까지 연간 2만∼3만개 가량 수입됐던 헤어드라이어의 경우 지난해 약 19만개가 수입됐으며 연간 수입규모 10만대 정도였던 전기토스터는 지난해에만 24만대가 넘어섰다. 또 지난해부터 국내에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전기칫솔은 지난 한해에만 2만7천대가 수입됐고 전기다리미는 52만대가 수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따라 외산 제품이 국산 제품을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하는 품목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커피메이커·전기면도기 등의 경우 외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을 차지해 이미 수입제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데다 최근엔 헤어드라이어 및전기보온밥솥 시장마저 외산 업체들에 자리를 내주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헤어드라이어의 경우 유닉스전자를 비롯한 37개 업체들이 제조업 등록을했지만 실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은 16개로 줄어든 데 비해 수입업체들은 올해 초 8개에서 최근 22개로 급증했다.

수입업체 가운데에는 중국산 저가 헤어드라이어를 수입하는 이랜드도 포함돼 있어 국내 중소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전기보온밥솥의 경우 국내의 한 업체가 태국에서 생산된 일본 히타치사 밥솥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산요의 동남아산 전기보온밥솥도 한 업체가 역시 수입을 준비하고 있다. 일제 전기보온밥솥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가격대가 국산 제품과 비슷한데다 우리나라 주부들의 일본제품 선호도 때문에 시장잠식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전기토스터·주서믹서류·전기마사지기·선풍기·커피메이커 등을수입하는 국내 업체들도 올해 초까지만 해도 5∼6개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들면서 20여개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외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협의회 등을 구성, 각종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이대로 가다간 국내 소형가전 제조업체들이 모두 문을 닫거나 수입업체로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