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중국 등의 한글정보처리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후우리글(한글,코리안)의 민족 공동안을 논의하는 96코리안컴퓨터처리국제학술대회가 12일 오후 2시 중국 연길시 시빈장 호텔에서 개막됐다. 올해로 3번째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의 국어정보학회 소속 24명,북한의 조선과학기술총련맹 및 사회과학원 소속 10명,중국의 연변과학기술협회 소속24명 등 각국의한글정보처리분야 교수·전문가 58명과 기타 관계자 40여명 등 1백여명이 참석 13일부터 본격 토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행사의 취지는 문법과 서사규범에서 남북한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있는 우리글을 어떻게 공통된 방법으로 컴퓨터에 입력처리할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그결과를 토대로 민족단일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 대회는 그러나 지난 5일 국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장춘에서 열렸던 코리안언어학자국제학술대회와 달리 민간차원의 단체가 주도하는 행사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남북한 학자들이 토의과정을 거처 마련하게 될 민족공동안은 현실상황에서 즉각적인 강제력을 갖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이 행사를 민간차원에서 기획한 것도 국가간 협약 보다는 학문적실용적 차원에서 민족공동안(표준안)에 접근하는 방식이 통일이후 본격적인표준안 논의에 생명력을 가질 것이란 공동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3차대회의 목표는 지난해 대회에서 적나라한 토론이 벌어졌던 컴퓨터용어통일안,키보드자판배치 공동안,자모순 공동안,부호계(코드)공동안 등 4개 의제에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을 이끌어내자는 데 있다.
여기서 공동안이라는 말은 표준안 마련을 위한 전단계를 의미한다. 따라서표준안은 공동안을 거친 다음 단계가 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통일안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용어 부문은 지난해 대회때 원칙적인 통일합의에 이르러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용어는 지난해 국제표준인 ISO 2382에 포함된 4천여개를 통일 대상으로 하며 현재 사용중인 용어가운데 표기가 같은 것은 이미 통일된 것으로 본다는 기준이 마련된 바 있다. 또 고유어를 적극 찾아쓰되 굳어진 한자용어는 그대로 두며 외래어나 영어는 차츰 다듬어 나가기로 하는통일원칙에도 합의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는 남북한에서 사용되는 용어가운데 표기가 같은 용어,즉 통일용어가 몇개나 되는가가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다.또 통일용어집의출판시기나 장소도 논의될 전망이다.
2벌식 키보드자판에 올리는 자모수를 규정하는 최소타건수는 지난해 시프트키를 사용하지않는 선에서 30자소(자음 17,모음 11,재 사용되는 과 등 종성자2)로 합의한 바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실제 사용되는 자모 빈도수를 근거로 구체적인 자판배치가 논의되게 된다. 그러나 자판배치는 남북에서 사용되는 자모의 빈도수가 서로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3벌식(47자소)에 대한 논의도 상정한다.
비교적 순항이 예상되는 자모순배열은 지난대회에서는 자모순 공동안 적용범위를 코드에서 사용되는 자모로 국한키로 했고 언어생활에 필요한 모든 현대어와 고어를 포함시키되 고어의 범위는 좀더 상론을 거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국이 2벌식 또는 3벌식에서의 자모순서를 정의한 공동안을 제한해 놓고 있는데 특히 2벌식의 경우 최대 쟁점이었던 초성 이응()의위치를 한국·북한·중국 모두 시옷()다음으로 하고 있어 통일안에 이를수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3벌식은 이번대회에서 북한측만 제안해 놓고 있다.
구체적인 접근이 어려운 부호계 분야에서는 지난해 현재 남북한과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2바이트완성형 및 조합형(조립형)을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글의 특성을 폭넓게 수용할수 있는 새로운 부호계를 공동연구키로 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감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해 일부 논의된 ISO 2022(아스키확장코드규격)에 따르는 1바이트 조합형 공동설계안이 집중 상정될예정이다.
이밖에 자모순서와 함께 논의될 총 글꼴(서체)수의 경우 국제표준인 ISO10646에는 2백38개로 돼 있지만 현재 한국은 3백1개,북한은 2백54개,중국은 1백2개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번대회에서는 현황파악에 그치는 정도의논의만 진행될 예정이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