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이용 설계와 제조(CAD/CAM:Computer Aided Design and Manufacturing)기술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체에서의 이용이 늘고 있다. 또 한편으로 국제화열기와 함께 인터넷기술을 이용한 정보화로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하다. 제조업분야의CALS(Commerce At Light Speed)는 이처럼 CAD/CAM과 인터넷기술이 접목되면서 나타나는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기업들이 해외경영에 적극 나서면서 부닥치는 문제중 하나가 이질적인문화의 포용이며 그 대부분은 현지 언어문제와 결부된다고 할 수 있다. 만일조직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을 경우 경영효율화를 위해 컴퓨터 화상회의를 이용할 것이고 이때 회의에 사용될 언어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어로 할것인지 에스페란토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대부분 영어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의 정보화와 자동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의 미래상을 예상해 보자. D자동차의 자동차 설계 엔지니어는 영국에 있는 워딩연구소의 외국인 전문가와 협력, 각자의 화면상에 올려져 있는 설계도면을 같이 보면서 설계도를 완성해 나가는 원격 동시설계회의를 하게 된다.
설계도가 완성되면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무인화공장의 공장장 로봇에게업무지시를 한다. 그리고 설계 엔지니어는 휴식을 취하게 되고 만약 우즈베키스탄의 로봇으로부터 설계도에 문제점이 있음을 보고받게 되면 개인휴대통신 장비를 통해 간단한 설계 변경작업을 수행한다.
그리고 설계 변경사항을 영국의 파트너에게 전자메일로 알려주는 동시에변경된 작업지시를 우즈베키스탄으로 다시 전송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치제어 공작기계와 로봇, 그리고 설계용 컴퓨터가 서로 연결돼 대화를 나누게되는데, 이들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정보표준이란 이처럼 자동화설비나 정보기기들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약속들을 말한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CAD시스템들은 대부분 수입품이다. 이렇게 다양한 CAD시스템들이 사용되는 이유는 각각의 시스템이 작업에 필요한특성상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CAD시스템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정교해졌으나 하나의 시스템이 엔지니어링의 모든 분야를 지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여러가지 CAD시스템이 여러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자동화의섬(Island of Automation)」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그 결과 데이터의 생성및 보관·변경·교환 등 데이터관리에 따르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S전자의 모니터 개발과정에서 도면작성업무의 흐름상 발견되는 문제점을살펴보자. 디자인연구소에서는 광고나 애니메이션에 많이 사용되는 앨리어스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 외관 디자인을 한다. 그리고 이를 모니터 개발부서로 전송하면 전달된 디자인 도면을 근거로 I-DEAS에 의한 엔지니어링 설계도면 작성업무가 또다시 수행되고 있다.
생산단계에서도 협력업체는 이 제품도면을 근거로 금형 제작용 특성을 추가하기 위해 설계모델에 대해 번거롭게 재입력작업을 해야 하며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업무의 비능률화를 가져온다. 또 S전자내 사업부별로 각기 다른 CAD시스템인 CATIA, CADAM, 오토CAD, Nastran, I-DEAS, 매직CAD 등이 사용되고 있어 이러한 상이기종간 설계정보 교환기술이 보완되고 정착되지 않는 한같은 기업내에서도 기술과 정보·도면데이터의 교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L전자의 모니터 생산부문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디자인용 앨리어스와 엔지니어링용 프로/엔지니어간 제품설계정보를 교환하는 이기종 CAD시스템간의 인터페이스문제를 갖고 있다.
CAD 정보교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제품데이터를 어느 CAD시스템에서나 인식이 가능하도록 중립형태 표준(Neutral Format Standard)으로표현해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이 있다. 국제적으로는서로 다른 CAD시스템간 설계정보를 교환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70년대말부터 나라별로 여러가지 노력을 시도해오고 있다.
이중 IGES(Initial Graphics Exchange Specification)는 미국 국가표준으로 80년 버전1.0부터 시작해 현재 버전5.3까지 진행되어 왔다. 처음에는 2차원 도면정보의 교환에서 시작, 최근에는 3차원 정보의 교환에 이르기까지 적용범위가 넓어졌고,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중립형태 표준이다. 이러한 중립형태 표준은 나라별로 각기 다르고 그 수가 많아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ISO가 세계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다양한 중립형태 표준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STEP(Standard for the Exchange of ProductModel Data)에 대한 연구로 집중되고 있다.
STEP은 84년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산하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인 TC184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4를 중심으로 제정작업중이다. 84년 당시 사용되고 있던 제품데이터 표준과 사양에 대한 문제점이 잘 알려져 있었고, 여러 국가에서 이 문제 해결책을 제안했기 때문에 제품데이터 교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별 표준의 종류가 증가,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여러나라 대표들은 84년 워싱턴에서 제품데이터 교환의 국제표준을 개발하기위해 ISO TC184/SC4의 첫 모임을 가졌고 이때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다.
「SC4는 제품모델 데이터의 외부적 표현에 대한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는것을 인식한다. 이 표준은 미국의 IGES와 PDDI, 프랑스의 SET, 독일의 VDA/VDMA-FS, 영국의 NEDO 등을 포함한 기존의 데이터 교환표준에 기본을 둘 것이다. 기술적인 일들은 현재 또는 미래에 수행될 국가적 프로젝트·조직·여러 모임 등에서 SC4 위원회의 주도하에 이루어질 것이다. SC4는 설계목표를설정하고 우선순위를 확립하며 의견충돌을 중재할 것이고, 목표가 달성되고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을 보장할 것이다. (결의문 1, 84년 7월, 워싱턴)」
STEP은 ISO-10303으로 분류되며 세부사항은 개별적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파트들은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중 파트1, 11, 21, 31, 41,42, 43, 44, 46, 101, 201, 203의 12개 파트는 94년 12월 국제표준으로 확정됐다. 이같이 STEP이 국제표준으로 등록되면서 CAD/CAM 공급업체들도 95년부터 STEP 처리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분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나조만간 미국 국가표준인 IGES의 역할을 대체하고 또 그 이상의 기능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자동화에 관한 표준을 다루는 TC184에는 SETP 이외에도 수치제어 공작기계에 대한 표준, 로봇에 대한 표준, 그리고 자동화장비간의 통신에 대한표준을 다루는 소위원회들이 있다.
한편 국제전기표준회의(IEC)와 ISO의 합동기술위원회(Joint TC) JTC1 산하에는 정보기술 표준에 대한 많은 소위원회가 있는데 이중 SC24에서는 컴퓨터그래픽스 표준을 다루고 있다. GKS(Graphics Kernel System), PHIGS(Programmer`s Hierarchical Interactive Graphics Standard), CGM(Computer Graphics Metafile) 등이 이 위원회에서 만들어진 표준이며, 최근에는 인터넷의 강자 넷스케이프에 사용될 3차원 VRML(Virtual Reality Modeling Language)도심의되고 있다. STEP 표준과 그래픽스 표준의 차이점은 그래픽스의 경우 형상의 가시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STEP의 경우 설계와 생산에 초점이맞추어져 있다. 설계와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형상정보 이외에도 설계의도나 공정계획·생산관리에 관한 부가적인 분야별 전문정보가 포함된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STEP에 대해 산발적으로 관심이 표출되고 있었다. 전자통신연구소(ETRI)의 정보통신 표준연구센터와 서울대에 위치한 자동화표준시스템 연구조합이 ISO/TC184의 기술동향을 파악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산하의다른 SC에 비해 SC4의 국내활동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 94년 2월 STEP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STEP 연구회라는 조직을 결성했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움직임을 파악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공장자동화를 다루는 TC184 수준에서는 91년부터 P-멤버(Participating) 국가로 참여해 왔으나, SC 수준에서는 O-멤버(Observing) 국가로 돼 있었다.
다행히 올 1월부터 SC 수준에서도 P-멤버 국가로 참여하게 됐고, P-멤버국가는 STEP 표준문서안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SC4 국내 전문위원회가 지난 4월 결성됐다.
STEP 연구회는 94년 2월 결성돼 2개월마다 모임을 갖고 STEP 전반에 대해토론하고 있으며, 지난 5월 그 14번째 모임을 PDM(Product Data Management)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울대에서 가졌다. 연구회의 구성은 ISO의 예처럼 참여정도에 따라 P-멤버와 O-멤버로 나뉘어 있으며, 현재 P-멤버가 19명(학·연·산=12.3·4), O-멤버가 52명(학·연·산=11.2·39)이다. 실무반별로는 WG2(Part Library) 14명, WG30(Product Modeling) 51명, WG31(Building& Construction) 8명, WG32(Shipbuilding) 21명, WG33(Automotive) 18명, WG4(Qualification & Integration) 13명, WG8(Manufacturing Management Data)33명, JWG9(Electrical/Electronics) 7명, WG10(Interoperability Architecture) 12명, WG11(Development Method, Conformance Testing, ImplementationSpecifications) 19명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회사내 표준화작업이 조금씩 이루어져 왔으며, 국가표준의 필요성은 볼트·너트 등 하드웨어중심의 표준이었다. 정보산업의 표준화는 한글화작업 외에는 필요성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경영에 나서면서 국제적인표준의 필요성이 일시에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어느 정도 구축되어있는 회사내 표준으로부터 국제표준으로 무리없는 이양작업을 지원하는 업무가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의 CALS/EC협회와 CALS/EC기술협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고 또 CALS시범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구현작업이 진행중이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산업분야의 CALS 추진이 활발해지면서 STEP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순홍(韓淳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