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내년부터 공중파TV방송에 디지털방송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컬러TV가 등장한 이후 최대의 TV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TV 시대가 곧 개막됨을 알리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정부는 지난 4월 TV방송방식을 오는 98년부터 아날로그에서디지털로 전환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도 지난해말부터 공중파TV방송의 디지털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방송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디지털TV를 도입하는 것과는무게부터 다르다.
디지털TV는 영상과 음성신호를 방송송출에서부터 수신·재생에 이르기까지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제품이다.
영상과 음질이 고선명(HD)TV 수준에 육박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통신과 텔리텍스트 등 각종 멀티미디어서비스도 가능하다.
디지털TV는 특히 현행 아날로그방식 채널 1개의 전파대역에서 수백개의 채널을 만들 수 있어 다채널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는 케이블TV방송과 위성방송 그리고 공중파방송 모두에서 구현될수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의 디지털TV는 최근 미국 등 일부 나라에도입돼 있다. 그런데 공중파방송에서도 최근 디지털TV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방송계에 따르면 디지털TV방송은 내년부터 상용화하기 시작해 금세기말부터 새로운 방송규격의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디지털TV방송을 수신할 수신기시장도 이르면 금세기말부터 기존 아날로그방식의 TV수상기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데 지난해 8월 결성된 「디지털TV그룹」에 속한 가전업체들이 그 대표주자들이다.
가전업체와 방송사, 반도체업체들로 결성된 디지털TV그룹에는 소니와 미쓰비시전기·파이어니어·히타치·도시바·필립스·톰슨·노키아 등 유명 가전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여기에 참여했다.
이 그룹에 속한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의 실질적인 국제 표준을 만들고 있어 향후 디지털TV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디지털TV규격은 「MPEG 2」를 제외하고 구체화된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영국 BBC가 디지털TV방송을 시작할 내년말께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부터 세계 가전업체간 상용화경쟁이 본격화할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에 미국이 디지털TV방송을 도입하면서 가전업체들의 개발 행보는 더욱 빨라지게 됐다.
디지털TV 규격에는 송수신기 등 관련 핵심 부품은 물론 첨단 디지털수신녹화장치를 비롯해 광학시스템·멀티미디어 등이 망라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초기 디지털TV는 디지털TV수신기를 TV단말기와 연결해 쓰는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2000년 이후에는 점차 TV 내장형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최근 디지털위성방송이 시작되면서 디지털TV기술을 적지않게 축적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디지털TV는 단순한 TV기술을 뛰어넘어 고도의 영상압축기술과 텔리팩스·PCS 등 정보통신서비스기술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융합돼 있다.
이 점에서 국내업체들은 외국업체보다 디지털TV원천기술이 매우 취약하다고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털어놓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도 디지털TV시대에 대비한 체제 갖추기를 서둘러야 할 때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