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술개발자금

林武炫 대주정밀화학 사장

배율 2천배의 금속현미경을 들여놓고 즐거워 했던 일이 불과 수년 전이었는데 금년에 10만배의 전자현미경을 구입해 놓고 보니 새삼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제는 한국의 전자재료 기술도 단순기술로부터 고도·첨단 기술로 구조적인 전환을 하고 있고 기술개발의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어서 소재기술개발을 주된 사업영역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남다른 어려움에 처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곤경이 기업 내부의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형태로 굳어지면서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도기술 개발에는 축적된 경험과 탄탄한 이론을 겸비한 우수한 인력과 연구의 성과를 즉시 확인하고 올바른 방향설정을 촉진하는 고가의 연구장비가필수적이다. 인력과 장비가 갖추어져도 단순 기술에 비해 훨씬 장기간의 연구기간이 소요되고 제품개발에 성공한 후에도 현장적용에는 수개월 또는 수년의 적용 시험기간이 또 필요하다.

쉽게 표현하자면 이전에는 숙련공이 2∼3년간 열심히 주무르면 바로 팔릴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최고급의 기술자와 최신의 연구장비를 동원해도 5∼6년이 걸려서야 겨우 시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정도라는이야기다.

이렇게 아둥바둥 기술개발을 했다고 해서 당장 투자된 자금이 회수되는 것도 아니다. 전자재료의 경우 대체로 일본·미국 등의 유수한 대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껏 한국시장의 수입대체가 고작이고 그나마도 국내업체의 개발속도에 맞추어서 가격인하가 시작되는 것이 상례라 초과이윤이란 아예 기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의 기술개발 사업은 자본의 회임기간이 대단히 긴, 시장규모가 매우작은 고비용의 업종일 뿐이다.

여기에다 한국사회의 고비용 구조가 더욱 더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의 기술개발촉진 정책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6.5∼8.5%)의 자금을 사용할 기회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재료기술 개발의 특성상 미처 매출이 일어나기도 전에 대출금을 갚아나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만성적인자금 부족에 허덕이면서 출발시점의 충천하던 사명감과 사기는 사라지고 피를 말리는 고뇌의 밤을 지새우며 기술개발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이제는 우리도 단순기술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나갔다. 정부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고도기술 개발을 지원하려면 달라진 환경에 걸맞게 좀 더 과감한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정책금융의 이자율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대출기간도 20년 이상으로 대폭 연장하며 기술개발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여건조성을 해주기를 바란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일반금융의 우대금리도 연간 3%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연구지원센터를 중요 공단마다 설립하여 개별기업이 고가의 장비를구입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 시험연구장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밤 늦도록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의 젊은 연구원들의 피와 땀이 실망의 한숨으로 변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