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배우자. 군신 마르스의 아들 로물루스가 기원전 753년에 세웠다는로마제국이 오늘에 이르러 온고지신(溫故知新)이나 고법창신(古法創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계는 물론이고 관계에도 로마의 흥망사를 통해 초경쟁시대에 살아남는 전략을 짜내기 위한 「로마학습」바람이 불고 있다. 로마와로마인에 대한 벤치마킹이 불붙은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라 퐁텐의 「우화(寓話)」나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 풍속을 따르라」는 영국속담이 로마의 경쟁력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로마학습은 오랜 세월 동안 유럽 문명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자극을 준 로마시스템을 연구해 경쟁시스템을개발하겠다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로마학습 바람이 분 것은 일본의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다. 이 책에는 저자가 「팍스로마나」의 비결을 파헤치려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나 있다. 요컨대 로마제국의 동력은 군사력이나 윤리나 정신따위가 아니라 법과 제도와 특유의개방성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번도 「로마제국의 흥마사」에서번영이 쇠미와 해체의의 법칙을 승화시켰다고 결론지었다.
잘 나가던 전자업계도 경영이 예전 같지 않다. 성장을 가로막는 복병들이나타나고 있어 경영압박이 예상된다. 시장·기술·가격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대응해 다각적인 처방전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업계에서는 시나리오 경영이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불예측적인 미래환경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급변하는 경영요소를 담아낼수는 없다.
위기 뒤에 기회 오고 기회 뒤에 위기 온다는 것이 순환론적 경험법칙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위기가 기회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전자업계도세월을 이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경영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법창신에 나설 때다. 로마의 영고성쇠(榮枯盛衰)가 국가운영이나 기업경영에 시대를 뛰어넘어 공명하고 있음은 새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