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OEM거래 현주소

이일주 기자

소프트웨어시장의 침체가 거듭되면서 중소 개발업체들이 대기업 및 유통업체 등의 개발용역업체로 변신하거나 판권(재산권)을 아예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형의 자산인 소프트웨어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거래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CD롬 타이틀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패키지 포장에 개발원 또는 공급원이 표시돼 있는 것은 십중팔구 OEM제품이다. 공급원은 대기업이나 유통회사, 개발사는 영세한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들이다. 이때 제품의 판권은 공급원 소유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개발기술은 있지만 지명도가 낮고 자본이 영세한 소프트웨어개발사와 기술은 없지만 자본과 조직력이 막강한 대기업이라는 2가지 측면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세기업들은 특정 타이틀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지명도가 떨어져 이익을 남기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익을 손에 쥘 때까지 자금회전이 여의치 못해 판권과 공급권을 대기업과 유통사에 넘긴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목돈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별다른 노력없이 싼 값에 원하는 개발물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거래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거래방식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을 뜻한다"며"시장원리에도 맞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대기업인 S사.L사는 보통 5천만원의 타이틀 개발비를 4~5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H.E 등 중소업체에 제공하고 그 결과물에 자사상표를 붙여 시장에내보내고 있다.

계약부터 공급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4~5개월 정도. 중소 개발업체는 이같은 계약에 따라 일년에 보통 3~4개의 타이틀을 제작하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우선 타이틀의 질이 떨어진다는점이다.

보통 타이틀 개발은 분석.기획.코딩 등 3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4~5개월이란 기간은 이러한 과정을 완벽하게 구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5천만원이란 비용 또한 만족스럽지 않다.

따라서 제작사는 질이 떨어진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으며 그나마 자사상표를 내걸지 못해 제품개발에 애정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유통회사가 판권을 구입하는 경우는 이보다 더 열악해 판권비는 보통 대기업 거래의 절반 수준인 2천만~3천만원선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판권을 넘기는 중소업체의 제품개발 의욕이 떨어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인력.자금.의욕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제대로 된제품이 나올 수 있다.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대기업들과 유통사들이 끈기를 갖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서는 정책당국이 앞장서 이처럼 보이지 않는 불공정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