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의 동일한 모델인데도 쓰는 사람마다 기능이 다른 TV가 머지않아등장할지 모른다.
「모듈(Module)TV」라는 이름의 이 TV는 아직은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최근 TV제조기술의 성숙과 아울러 인터넷TV·디지털TV를 비롯한 TV신기술에 힘입어 점차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르면 2∼3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점치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가전업계에서 「모듈」이라는 낱말은 여러개의 부품을 한데 모아놓은 복합부품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모듈TV는 이같은 개념을 확대해 다양한 부품모듈을 조립해 만드는 TV를 말한다. 소비자가 전자상가에서 구입한 각종 부품으로 조립해 만드는 컴퓨터를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요즘 나오는 TV의 내부구조는 뜻밖에 단순하게 돼 있다. 브라운관과 튜너,회로기판이 거의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제조기술이 향상되면서 요즘 나오는 TV들은 대부분 1개의 회로주기판을 사용한다. 이 기판에 박힌 부품들도 대부분 몇개의 부품모듈로 돼 있다. 모듈부품을 연결하는 커넥터도 점차 PC에서 쓰는 커넥터와 같은 형태의 고성능제품이 쓰인다.
모듈TV에 대한 구상은 각종 모듈부품들을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기능을 추가하거나 삭제해 다양하게 만들 수 없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같은 발상은 그동안 부품이 표준화되지 않아 쓸 데 없는 공상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TV부품의 표준화가 급진전하고 있고 특히 디지털 신호처리기술(DSP)이 발전하면서 모듈TV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국 가전업체들은물론 국내 가전업체들도 최근 모듈TV의 상품화를 검토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듈TV에 대해 삼성전자의 김학태 상품기획과장은 『인터넷TV의 등장으로TV회로의 디지털화가 급진전하고 있어 현재 기술수준으로도 구현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품 자체로서의 가치가 적고 제조비용이 기존 TV에 비해 결코 적게 들지 않는다는 게 모듈TV가 갖는 한계라고지적했다.
가전업체 관계자들은 소비자마다 TV에 대해 원하는 기능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TV가 PC와 달리 아직까지는 가족매체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고지적하고 있다. 모듈TV가 가족구성원마다 다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것이다.
또 모듈TV는 초기 단계에서는 다양한 부품모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기존TV보다 오히려 늘어나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듈TV 상품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이 점 때문에 난색을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모듈TV 상품화 여건은 현재로선 매우 미약한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점차 TV가 個電제품화하고 있고 TV시장 환경도 날로 디지털화 멀티미디어화하는 상황에서 모듈TV가 TV업체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가능성을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비록 모듈TV가 곧바로 상품화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TV업체는 상당한 디지털TV기술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