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CD롬드라이브 배속경쟁 어디까지 갈까

「CD롬드라이브 배속경쟁은 어디까지 갈까」

지난해초 2배속 CD롬드라이브를 주력제품으로 내놓았던 기억장치 공급업체들이 불과 1년만에 5배나 성능이 개선된 10배속 제품을 주력으로 양산하고나섰다. 최근에는 이보다 20%가량 처리속도가 개선된 12배속 CD롬드라이브신제품이 발표돼 시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LG, 삼성 등 CD롬드라이브 업체들이 2배속 CD롬드라이브를 12배속 제품으로 향상시키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15개월밖에 안된다.

이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분석해 보면 1배속 제품이 2년, 2배속 제품이1년동안 영향력을 미치면서 시장에서 장수한 반면 4배속 제품은 수명이 6개월, 6배속 제품은 4개월 안팍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공급된 8배속 제품은 출시 1개월만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덤핑제품이기승을 부리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로인해 CD롬드라이브 공급업체들이 적절한 이익을 챙기기는 커녕 개발비용조차 제대로 회수하기 힘들게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CD롬드라이브업체들이 배속경쟁을 벌이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LG, 삼성 등 CD롬드라이브 생산업체는 월평균 30만대씩 대량생산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겨우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생산원가는 4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소비자 유통가격이 60달러(5만원) 이하로 떨어진다면 중간유통마진이 수천원에 불과해 채산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마진이높은 후속제품을 출시해 2∼3개월안에 개발비를 회수하고 가격을 절반으로떨어뜨려야 판매할 수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CD롬드라이브 생산업계를 바라보는 PC메이커와 주변기기 유통업체들은 속도경쟁이 언제쯤끝날 지 불안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업계가 속도경쟁을 마무리짓는 시점이 CD롬드라이브를단종시키고 DVD로 대체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LG전자, 삼성전자, 태일정밀 등 국내 주요 CD롬드라이브 생산업체들이 전략을 전면 수정해 내년말 20∼24배속 CD롬을 내놓을 때까지 사업을계속 강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해말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CD롬드라이브 고속화 경쟁도 적어도 내년말까지 1년이상 연장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24배속 제품을 마지막으로 CD롬드라이브가 단종될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CD롬드라이브 업계는 4배속 제품을 내놓으면서 8배속제품부터는 DVD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과 4∼5개월이 지나기 전에 10배속제품으로 연장했고 이를 또다시 12배속 제품까지로 미뤄왔다. 때문에 24배속 제품이 마지막 제품이 될 것이란 업계의 계획도 단지 희망사항에 그칠가능성이 높다는 것.

CD롬 조기단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측은 DVD 판매가격이 아직 매우 고가로 설정돼 있고 대중화되는 시점도 빨라야 내년말께로 예상되기 때문에 CD롬드라이브는 98년 하반기까지 명맥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