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문제임에 틀림없다. 코메디프로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친구야.....』 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이 나오는 마당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쪽에서의 표현 문제는 어떤가?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법률이 개정되어 이제 음반에 관한 한 사전심의 제도는 폐지된 셈이다. 정태춘씨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음반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힘이 됐는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관계자들도 이젠 국제화되어가는것인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예전의 통제가 주로 정치적인 문제때문에발생한 것이었다면,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문화예술 작품에서도 이제는표현의 자유 그 자체라기 보다는 표현의 능력과 소양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미디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CD롬 타이틀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CD롬 타이틀은 『새 영상물』이라는 이름으로 비디오물에 포함되어 공윤의 심의를 받고 있는데, 모든 걸 차치하고 일단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로 대중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개발자나 판매자 모두 법에 의해 단속을 당하고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불법복제』같은 악질적인 사안이 아니라 선험적인 『윤리적 평가』를 거부한다는게 그 이유다. 현재 이런 심의는 CD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비디오물에도 모두 적용되고 있고, 방송에도 그 비슷한 것이 존재하는 걸로 안다.
사업차 미국에 갔을 때 LA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커다란 입간판을 만들어놓은 『누드(NUDE) & NUDE』 매장을 구경한 적이 있다. 모든 종류의 포르노 비디오테입과 책자, 그리고 기기묘묘한 장신구들을 팔고 있는통에 온통 정신이 몽롱할 정도였다. 최근에 국내에 생겼다는 섹스샵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게 분명하리라. 마약과총탄이 난무하는 미국사회, 그런데 『NUDE & NUDE』에서는 18세 이하의 입장을 금하고 있었고, 이는 잘 지켜지고 있었다. 나는 그 충격에서 헤어나기도전에 미국 사회가 얼마나 풍요로운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는지를 샌프란시스코의 게이와 레즈비안들로부터, 그리고 보복없는 정치적 논쟁의 방식에서, 이웃과의 생활방식에서, 그들의 직장생활 스타일에서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충격은 내 평생 최고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나의 생각과 주장을 이렇게 표현한다. 당신이 이에 대해동조하든 어떻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의 자유이다. 내가 나의 표현을 통해 당신에게 신체의 위협이나 정신적 고통을 주지 않는 한 당신은 나의 표현을 막을 권리가 없다. 나 또한 당신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인정하니까.』 이들의 시각으로 우리 나라의 심의제도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우리나라의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지 않을까. 『누가 당신에게 그런 어마어마한 힘을 부여했지요? 사람이란 다들 비슷한 법인데, 역시 동양은 신비로워.....』 우리가 미국의 cd롬 타이틀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래밍 실력이나 애니메이션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이 아니다. 진정으로잘 짜여진 기획의 부재나 표현의 능력, 소양의 문제 이전인 표현 자체를 어떻게든 절제하길 강요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글로벌 넷트웍 문명사회에서 지나친 심의나 단속은 관련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나는 확신한다.
<아리수미디어 이건범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