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터넷 시스템 안정성 확보 시급하다

지난주 발생한 온라인 통신 사상 최악의 사고였던 아메리카온라인(AOL)의19시간여에 걸친 서비스 중단으로 AOL 계정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7일 새벽 1시에 시작된 이 사고는 버지니아에 위치한 데이타센터내 LAN망의 스위칭시스템을 대용량으로 교체하면서 발생했다. 시스템 교체 직후 라인을 재가동하려 하면서 시스템 전체가 다운되고 전세계의 AOL망이 모두 마비되기 시작했다.

기술진들은 「15분만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긴급히 복구 작업에 매달렸지만 새로운 스위칭 시스템의 설치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 사고원인을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더구나 문제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사고가 난 시스템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술진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버린 것.

결국 19시간에 걸친 탐색작업에서 사고의 원인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뉴욕의 AOL 지사인 ANS가 바로 그곳. 새로운 스위칭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라우팅 정보를 재구성하다가 잘못된 정보를 입력한 것이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키게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라우터 장비 자체에도 사소한 고장이 발생해 더욱더 문제원인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AOL이 시스템 공급업체를 공개하지 않는 전통적인 정책 때문에 이 라우터장비의 제공업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제가 발생한 ANS에는 시스코시스템즈사와 베이네트워크사의 장비가 함께 설치돼 있어 이들 업체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가 일어난 직후 AOL는 당기 순이익이 1천6백10만달러에 이르러 주당 14센트의 배당이 이뤄졌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4포인트가 떨어지는등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음을 드러냈다. 또한 AOL에 계정을 갖고 있는 6백만여명의 이용자들은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 인터넷뉴스그룹 등을 통해 AOL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AOL측은 즉각 사용료의 3%를 배상금으로 책정해 피해를 보상하기로 했다고발표했지만 통신을 이용해 무역거래를 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피해액이 상당수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분쟁의 소지를 떠안게 됐다.

아직까지 인터넷에서는 이와 같은 대형 서비스 중단 사고는 발생하고 있지않지만, 위험성은 더욱더 크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호스트 컴퓨터를 PC 등의 하위 기종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대형 사이트들의 경우에도 시스템이 다운되는 일은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상거래나 공공문서의 처리 등 시간을 다투는 정보의 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AOL사고는 이같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통신서비스 중단사고는 국내 PC통신에서도 자주 발생하던 사고다. 국내 PC통신의 서비스 중단은 대개 이용자가 급증하는 밤 11시 - 새벽 1시사이에 발생했는데 대부분 이용자수의 증가에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원인이었다.

그러나, 국내 통신망도 이용자수가 각각 수십만을 넘어서 현재의 추세를감안할 때 곧 100만명을 돌파하는 PC통신에서도 AOL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네트워크 이용이 큰 폭으로 증가해 「컴퓨팅이 곧 네트워크」라는 등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를 감안할 때 AOL의 문제는 비단 단순히 한 회사의 사고로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금전거래와 공공업무등이 이뤄지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기에 네트워크상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문제는보안문제와 함께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AOL의 사례에서 나타났던 네트워크 장비간의 호환성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업계간의 표준화가 시급하고, 데이터 백업 기술도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