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명(HD)TV의 상용화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최근 HDTV 방송규격을 확정한 데 이어 방송서비스를 준비하고 나서면서 HDTV수상기의 상용화는 금세기말께부터 활발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지난 94년 HDTV 방송규격을 디지털방식으로 결정한 데 이어 미국도 지난해말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지털방식으로 결정하고 8년을 끌어온 HDTV 방송규격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미국은 내년중으로 HDTV 방송을 본격 실시키로 해 이르면 내년초부터관련 수상기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대한 미국 HDTV시장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 유럽 및 한국 가전업체들의 제품개발 행보가 한결 빨라지게됐다. 이와 관련,미국의 웨스팅하우스社는 지난 4월 디지털방식을 따른 HDTV수상기인 슈퍼 샤프TV를 시제품이나마 TV업체로는 처음 선보였다.
아날로그방식의 HDTV방송을 실시중인 일본의 경우 마쓰시타, 소니, 빅터,도시바 등 주요 전자업체들이 내놓은 HDTV 수상기의 가격이 최근 40만엔대로떨어지고 제품도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다. 올해 일본 HDTV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추세에서 동떨어진 아날로그방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일본 HDTV시장의 이같은 활성화는 앞으로 HDTV시장이 조기에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를불러일으키고 있다.
HDTV는 현행 TV보다 선명한 영상과 깨끗한 음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TV다.
HDTV는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방식이 있는데 아날로그방식은 채널 잡음으로화질의 선명도가 떨어져 세계 각국은 대부분 디지털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 아날로그방식의 시험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도 디지털방식으로 돌아서고 있다.
HDTV는 단순히 현행 TV보다 성능이 뛰어난 TV만은 뜻하지 않는다. 무선호출서비스, 홈쇼핑, 주문형영화 등 각종 첨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형TV의 완결판이 바로 HDTV인 것이다.
또 HDTV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연관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의 박팔현 선임연구원은 『HDTV에 필요한 D램의경우 펜티엄PC에서 쓰이는 물량의 20배에 달할 정도여서 그만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HDTV가 대형 화면이 주종을 이룰 것이기 때문에 HDTV는곧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을 활성화할 촉매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HDTV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세기안에 상용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HDTV 수상기의 값이 아직 대중화하기에는 고가라는이유에서다.
초기 디지털방식의 HDTV 수상기의 가격은 미화 2천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HDTV수상기가 보편화하려면 5백달러선까지는 낮아져야 한다는 가전업계의 분석에 비추면 HDTV 상용화의 길은 아직 먼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HDTV시장에서 보듯 HDTV시장의 형성에 이르는 기간이뜻밖에 짧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1년부터 HDTV시험방송서비스를 시작했지만 HDTV수요는 잠잠했다. 그런데 지난 94년부터 방송시간을 하루 11시간으로 확대하면서부터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올들어서 수요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들어 가전업계는 일단 HDTV방송서비스가 시작되면 2∼3년 안으로 수상기시장도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방식의 HDTV는 내년께 20만대를 시작으로 오는 2000년에는 세계적으로 1천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가전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체TV시장에서 HDTV가 차지하는 비중도 10%선에 가깝다.
이만큼의 물량은 현재 기존 TV를 포기할 수 없어 섣불리 HDTV로 나아가지못하고 있는 TV업체들이 사업전략을 바꾸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내년중으로 미국에서 디지털방식의 HDTV서비스가 시작되면 HDTV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초 HDTV의 표준규격을 디지털방식으로 가닥을 정리하고이르면 오는 98년도부터 도입할 예정인데 정부 방송사 업계간 연계가 외국에비해 미흡하기 때문에 국내 HDTV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형성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까지 국내 가전업체들은 해외시장 중심의 HDTV 사업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