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의 해외수출은 요원한가.
이는 음반업계 종사자들이 지적하는 한국음반업계의 최대 약점이자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최근 1∼2년사이에 클래식과 국악음반을 중심으로 한국음반이 해외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는상태다.
음반의 해외수출은 여전히 언어장벽과 음악적인 운율의 편차가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완벽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7.5조, 3.4조의 호흡을 보이는 한국가요의 운율과이에 맞춘 가사를 영어나 서반아어권에 맞춰 개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까닭이다.
최근 EMI뮤직코리아가 발매한 박진영의 영어음반 「It’s Time」은발매된 지 한달도 않돼 국내에서만 5만여장이 판매되는 실적을 올리고는 있으나 당초 목표인 아시아권과 영어권 국가에 대한 수출은 지극히 미미한 실정으로 아예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부에서는 박진영의 이번 음반을 두고 「해외로 간다」는표현을 홍보도구로 활용한 국내용이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기존에 발매됐던 김건모나 박미경의 영어음반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은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에서는 이러한 실패의 원인을 현지의 가수들과 특화되지 않은 음악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한 것에 돌리기도 한다.
이와 함께 최근 세계 음반시장에 새로운 조류로 등장한 「월드뮤직(세계의민속음악이 대중(팝)화된 장르)」과 「크로스오버(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접목)」 음악의 부흥을 등에 업고 얼마간의 성공을 예상했던 음반들도 참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한국음악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우리나라의 클래식 스타들의 크로스오버 음반을 적극 발매했던 삼성뮤직이 지난 94년 발매한 조수미의가곡 1집 「새야 새야」는 국내에서 35만장이 판매돼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해외에서는 2만장에 그쳤다. 지난해 발매한 가곡 2집 「아리아리랑」의 경우에는 실적이 더욱 저조해 국내판매 14만장, 해외판매 7천장에 그치고 있다.
또 김덕수, 안숙선 등 왕성한 해외공연으로 명성을 쌓아온 국악인들의 음반도 전폭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판매고 증대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업계관계자는 『이러한 실적부진은 사업초기에 필연적으로맞닥뜨릴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조금은 더 지켜볼 일이나 과학적인 음반기획과 마케팅, 홍보에 더욱 힘쓰지 않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