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공공프로젝트 관련 첨단시스템의기술평가가 일부 업체들의 변칙대응으로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서울시, 정부투자기관들이 교통, 환경,지하철등 사회간접자본(SOC)구축 방안의 하나로 공공프로젝트에 첨단시스템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나 본 입찰을 앞둔 사전기술심사(PQ)에서 입찰 참가업체들 대부분이 기술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편법으로 심사에 나서는 등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교통, 환경, 지하철 등 현재 정부 및 지자체들이 도입하고있는 프로젝트 대부분이 최첨단 시스템으로 국내업체의 기술축적이 제대로되어 있지 않은 데다 발주처가 기술추이를 감안, 세계적으로도 적용사례가1, 2건 밖에 없는 등 상용화가 미흡한 첨단시스템을 기준기술사양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발주처 역시 기술전문인력이 없어 기술적인 평가를 주도적으로 하지못하고 있는 것도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청이 오는 10월 발주를 앞두고 이달 초 실시한 차선위반 등 무인감시시스템 기술평가도 6개의 국내외 업체가 참가, 기술평가를 받았으나 일부 업체의 경우 지역컴퓨터에서 처리해야 할 적발차량의 데이터처리를 자사의 주컴퓨터에서 실시하고 5분여만에 처리되어야 할 적발차량의 데이터가 현장시험후 2시간 정도 지나 통보되는 등 기술시험 평가상의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발주처가 제시한 위반차량의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차량중 차선위반이나 속도위반차량을 적발한 후 번호판을 인식, 고지서를 자동으로 발행토록 하지 않고 적발차량만 차량의 번호판을 판독해 낸 후 고지서를 발행하고 이를 인식률로 표기하는 등 무인감시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조작, 발주처의 기술사양을 충족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하면 인식률이 정상적인 평가보다 20∼30% 이상높아지게 되는 등 현행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한 인식률 95%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번주중 서울시가 혼잡통행료 징수시스템의 도입을 앞두고 실시 예정인 전자통행료징수시스템(ETC)의 경우 1차 제안서 심사에 통과한 6개 업체중기술심사에 참여한 2개 업체가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해 참여를 포기, 3, 4개업체가 기술심사에 나설 방침이나 ETC가 세계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는 곳은싱가포르 등 2, 3곳에 불과해 제대로 된 기술심사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특히 시스템이 전량 외국제품인 데다 일부 업체의 경우 기술심사를 앞두고외국 고속도로에 설치예정인 시스템을 기술도입선으로부터 들여와 자사시스템인 것처럼 기술심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교통시스템이 외국업체들의 현장테스트장화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모 업체의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ETC도입을 앞두고 빠르면 내년부터 실시할시범사업과 관련, 11월 실시예정인 기술평가 일정과 시스템을 제공키로 한기술도입선과의 일정과 맞지 않아 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고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인식률, 오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인 조작이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 수처리시스템, 역무자동화시스템, 가스원격감시제어(SCADA)시스템등의 경우 발주처가 엄격한 기술평가보다는 가격위주의 입찰에만 급급, 공사발주후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프로젝트의 경우 기술평가에서 소프트웨어를 조작, 데이터를 기술심사의 평가기준에 맞게 적정수준으로 조작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하고 『이같은 눈가림식 기술평가로 막대한 국가예산이투입된 프로젝트의 경우 시스템을 활용하지도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