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에서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아 불균형이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덕그룹, LG전자, 삼성전기, 코리아써키트, 청주전자, 이수전자, 새한전자, 심텍, 한일써키트, 우진전자 등 국내 「PCB 톱10」 업체의 매출액이 국내 총생산액의 80%에 육박하고 있는 등 국내 PCB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22%), 일본(31%), 유럽(37%), 대만(49%) 등은 상위 10개사의 매출비중이 50%를 밑돌아 소수 PCB업체의 대형화로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상위 5개업체의 매출비중도 우리나라의 경우 대덕, LG, 삼성, 코리아써키트 등이 전체의 66%에 달하는 반면 미국(14%), 유럽(19%), 일본(26%), 대만(31%) 등은 이보다 훨씬 낮아 국내 PCB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계열사나 관계사에 PCB수요기반을 둔이른바 「캡티브숍」들이 PCB사업을 축소 또는 포기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는 유독 LG전자, 삼성전기, 이수전자(대우) 등 그룹사들이날이 갈수록 PCB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 LG에 이어 국내 세번째 규모의 PCB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최근 위성그룹인 성우그룹을 통해 PCB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어 국내캡티브업체들의 매출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중소형 가전산업의 잇따른 몰락에 따라 중소PCB업체들의 수요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다 고밀도 및 파인패턴화로 대변되는 PCB제조기술의 급진전에중소업체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업계의 양극화와 함께 일부 선발업체들의 비중을 높이는 촉진제라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선발업체들의 계열사 의존도가 높아져 국내 PCB업체들의 전체 생산액대비 수출비중이 30%를 밑도는 선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최대 경쟁국인 대만은 수출비중이 거의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PCB산업의 구조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