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전제품이 일본제품에 비해 비가격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것은 어제오늘 발생한 일이 아니다. 이 중에서도 브랜드 이미지가 취약한 게 가장 큰문제다. 이번 조사보고서에서도 국산 가전제품이 대부분 성능, 품질, 디자인등에서 일본 제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섰으나 브랜드 이미지는 70%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컬러TV의 경우는 동남아산 일본제품에 비해서도한국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고가브랜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브랜드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성능, 품질, 디자인 중에서 한두가지씩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첨단제품으로 올라가면 걱정이 태산같다. 일본기업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고 연구개발 투자가 미흡, 앞으로 가전시장을 새로 이끌어갈 첨단제품 개발쪽에서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경로가 취약하고 서비스체계가 약하다는 것도 국산 가전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전3사가 대리점을통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동남아 지역에선 대형 유통점이 발달해 상대적으로 판매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얘기다. 또 일본기업은 전세계판매망을 갖추고 종합적인 AS체계를 구축해놓고 있으나 한국기업은 일본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가전제품의 간접세 부담이 높다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가전제품에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를 비롯한 간접세가 평균 31.45%에 달해 일본의 3%, 말레이시아의 10% 등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간접세 부담이 높다는 사실은 곧바로 기업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국제경쟁력에서 뒤질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주지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함께 높은 금융비용 부담은 국제시장에서 비가격적인 경쟁력 약화를초래케하는 주범중 하나다. 가전업체뿐 아니라 한국기업이면 모두 느끼고 있는 사실이지만 금융비용이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등 후발개도국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이에따라 가전3사 등은 외국에서 싼 금리로 돈을 빌리려 하고 있지만 이것도 우리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여의치가 않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