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승부하라」
국산 소형가전이 외산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외산 가전이 물밀듯이 밀어닥치면서 위기를 맞게된 우리 소형가전 업계가살아남으려면 디자인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들마다 제품성능이 비슷한 오늘날에는 바로 디자인이 제품차별화의 핵심인 것이다.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제품특성상 가격이 싸고 수명도 짧은 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소형가전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디자인과 편리성 등이다. 특히 최근엔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데다 「튀는」제품을 선호하는 신세대들이 나타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수요가 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의 소형가전 신제품들은 디자인과 색상이 천차만별인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업체들은 다국적 외국 기업들에 비해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면도기, 전기다리미, 헤어드라이어 등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는필립스는 세계적인 기업답게 제품의 품질고급화뿐만 아니라 디자인 개발에도치밀한 계획을 갖고 있다.
헤어드라이어의 경우 필립스는 디자인개발센터를 유럽과 일본 두군데에 두고 있다.
서구식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선 유럽 디자인센터에서, 동양문화권사람들을 위해선 일본 디자인센터에서 각각 제품디자인을 개발한다. 국내에소개된 헤어드라이어는 주로 일본에서 디자인을 한 제품들이다.
필립스의 디자인개발센터엔 단지 디자인 전문가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엔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다양한 학문을 심도있게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권과 전통, 선호하는 색상 및 인체구조 등 제품이 판매될 지역의 소비자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뒤 상품을 내놓는다. 품질도 좋은 데다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제품이 있는데 사지 않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 LG, 대우전자 등이 젊은 층을 겨냥, 디자인에 신경쓴 제품을 개발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노비타」시리즈로 이름 붙였으며, LG전자는 「오쁘레」시리즈, 대우전자는 「띠지오」시리즈로 이름붙여 판매하고 있다. 동양매직도 최근 신세대를 겨냥한 감각적 신제품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주요 가전업체들은 그나마 자체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디자인연구소는 고사하고 제대로 교육받은 디자이너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엔 중견 소형가전 업체들도 디자인의 중요성에 눈을 떠 인력확보에 신경쓰고 있지만 당장 필요한 금형비, 물류비, 회사유지비 등에 우선 투자하기때문에 디자인 분야는 언제나 투자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헤어드라이어, 전기다리미, 건강기기 등을 판매하는 유닉스훼미리의 유재영 사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프랑스의 피에르 가르뎅 상표를도입했다』며 『그러나 소형가전 특성상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해야 하기때문에 금형 및 디자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언제나 빠듯한 실정』이라고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업체들은 정부에 디자인개발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각 품목별로 공동투자를 통해 디자인연구소를 설립, 외산 제품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윤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