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소형가전산업...중소업체의 생존전략

외산 가전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국내 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나선 가운데 중소 전문업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중소 가전업체들은 특히 선진국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의 고품질 제품들로부터는 고가시장에서 중국 및 동남아산 저가 제품들로부터는 무차별 덤핑공세를 당하는 등 위아래로 협공의 위기에 몰려 있다.

게다가 동남아산 저가 제품들은 매달 큰 폭으로 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업체들은 품목 다양화, 서비스체제 강화 및 유통망 정비등을 통해 외국 업체들에 대응하고 있다.

또 중소업체들은 해당 품목별로 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공동 대응방안도모색하고 있다.

우림전자의 경우 그동안 유통보다는 제조 위주로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남대문, 청계천, 용산전자상가 등 비교적 안심하고 있었던 유통망이 흔들림에 따라 문단속에 나서고 있다.

우림전자는 유통전문 계열 회사인 카이젤의 역할을 강화해 이같은 문제를해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소업체들의 고유 시장에 침투하는 제품들로는 필립스, 브라운등 밀반입된 고급제품들이 주를 이루어 왔으나 최근엔 중국산 헤어드라이어등 저가 제품들도 판을 치고 있어 국산품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형편이다.

카이젤의 주영태부장은 『고가품들은 소비자들이 찾고, 저가품들은 상인들이 마진이 많이 남는 이유로 찾고 있어 그 사이에 낀 국산제품의 목표시장이애매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유닉스전자와 카이젤은 기존 유통망 중심으로 운영해왔던 영업방침을 수정, 최근 자체 유통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우선 카이젤은 전국을 10여개의 주요 상권으로 분류한 뒤 각 지역별로 영업소를 구축하기 시작, 현재 약 20군데를 확보한 상태이다.

또 농협 측과의 계약을 통해 전국 2천5백여 농협 공판장에서 유닉스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여기에 특판부를 신설, 고가품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주요 백화점들에 대한 영업에 착수했으며 보험회사 등과도 접촉해 자사 제품이 선물용으로 단체 납품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카이젤이 생존방안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해결책은 소형가전종합판매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림전자의 생산품목만을 판매했던 시절엔 유통업자들이 다양한 품목을 요청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유통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찾지만 우림에서 공급하지 못하는 제품을 갖추기 위해 수입제품을 전시, 판매해왔다.

이 점이 자사 유통망의 와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우림전자는자사에서 제조하지 못하는 제품들을 국내 및 외국업체로부터 OEM방식으로 들여와 유통업체에 공급함으로써 매출 증대 및 유통망 단속이라는 일거양득의효과를 노리게 됐다.

이와함께 카이젤은 애프터서비스 체제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가전3사처럼 확고한 AS체제를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주요 상권에 하나씩의 AS전문 센터는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카이젤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전국 주요 도매상들과 협력계약을 체결해 AS를 하고 있는카이젤은 올해 안에 AS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직영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타 업체들도 비슷하다. 유닉스전자도 유닉스훼미리란 판매 법인을 설립해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보온밥솥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한미, 마마전기의 경우 유통망 강화외에도 제품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시장에 내놓고 있는 전자유도가열(IH) 방식의전기보온밥솥은 일본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된 것임에 비해 한미, 마마전기 등은 자체 기술로 이를 개발했다는데 의의를 찾고 있으며 여기에서한단계 더 나아가 가마솥 밥맛을 낼 수 있는 기능복합형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제품 가격이 비슷할 경우 이왕이면 기능이 하나라도 많은 제품을 찾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생각이다.

소형가전 전문업체들은 또 품목별로 협의회를 구성해 단체 행동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소형가전 품목별 협의회는 전기솥 제조업체 협의회, 모발건조기 제조업체협의회, 전기뜸질기 제조업체 협의회, 전기장판, 요 제조업체 협의회 등이구성돼 지난해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불법 유통제품 단속, 수입제품 저지 및 관련기술 공유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전기면도기 제조업체들의 경우 지난 1월22일 회의를 갖고 부품 표준화, 공용화 및 공동생산, 디자인 개발, 공동 AS센터 설립 추진 등을 협의했다. 또 업체들은 우림전자가 중심이 돼 마쓰시다, 브라운, 필립스 등의 업체를 전기면도기 덤핑혐의로 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전기밥솥 업체들은 최근 태국산 일제 전기보온밥솥의 수입을 막기 위해 정부 및 해당 수입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업체들이 얼마만큼 국내 시장을 지켜낼 지는 의문이다.

우선 목표시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고가 시장은 필립스, 브라운, 내쇼날 등 다국적 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및 동남아산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타겟 시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들도 여기에 가중된다. 취업자들이 소위 3D산업으로 분류되는 제조업종을 기피해 언제나 인력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해 투자자금마저 빠듯한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확보해야 하고 판매 및 사후서비스까지 신경써야 하는데 중소기업으로선 사실상 역부족』이라며 『대규모 양산체제를 갖추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공격해 들어오는 외국업체들과 과연 경쟁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길 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소형가전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해당 업체들의 노력 외에도 정부와 소비자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