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소기업시대 (14);나라계전

「기술력이 있는 만큼 덩치 큰 대기업과 외국업체도 두렵지 않다.」

지난 84년 미국에서 지능형빌딩(IB) 개념이 처음 발표된 이듬해 3명의 30대 초반 젊은 석학들이 모여 설립한 (주)나라계전(대표 문성주)은 기술력 확보에 모든 경영의 근간을 두고 있는 빌딩자동화분야의 국내 토종기업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전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연구 및 기술인력이다. 물론 연구개발비 투입에 따른 제약도 없다.

회사설립과 동시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초기부터 독자기술 확보에주력해 온 나라계전은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88년 국내 최초로 획기적인 DDC(Direct Digital Controller)를 개발한 것을 비롯, 그해 말에는 한글을 구현한 최초의 국산 빌딩자동화시스템(BAS)인 「MEGA-1000」을 개발하고 연이어 자동화관련 소프트웨어와 원격감시제어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등초기부터 국내 관련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94년에는 지능형빌딩시스템에 한발 다가선 유닉스에 기반을 둔 「BuilBRAIN」을 개발하는 등 괄목할 만한 기술수준을 보였다. 이 회사의 주력기종이기도 한 「BuilBRAIN」은 BAS 전용의 호스트컴퓨터와 시설관리용 호스트컴퓨터를 겸용할 수 있으며 다른 시스템과의 접속이 자유로운 개방형 시스템으로 외국산 제품을 물리치고 10여개 이상 대형 지능형빌딩에 적용되기도 했다.

나라계전은 5천여빌딩의 빌딩자동화시스템 설계,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IBS컨설팅, 설계, 시공 등의 사업에도 진출, 연세재단빌딩, 연세공학연구센터,대우건설기술연구소, 담배인삼공사 사옥 등 대표적인 IB건물을 설계, 시공한실적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습도, 온도, 바람조건 등 고도의 정밀설계가요구되는 국립중앙박물관 신축 프로젝트의 IBS 설계작업을 수주, 작업중이다.

기술영업본부 등 4개 본부에 2백여명의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의 빌딩자동화설계, 시공실적은 매년 1천8백∼2천여건으로 밀려드는 설계요구를 물리칠 정도다.

따라서 초기 8천여만원의 매출에 불과하던 외형도 급신장, 창립 10년째인지난해에는 1백8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매출 2백50억원, 수주 4백억원 규모로 높여 잡고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재벌 계열사들이 덤벼들 만큼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중소기업에 불과한 나라계전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은 시스템개발, 부품확보, 아프터서비스 등을 통해 현장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 이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부품, 제품 수를소개한 카탈로그만 해도 웬만한 여성잡지 한 권 분량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 회사는 특히 한국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지난해 말 개발한 밸브액추에이터, 센서류, 조명컨트롤러, 스위치, 제어시스템 보드 등 핵심 부품류의 자체 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총 70억원을 투입, 대지 4천평,건평 2천평 규모의 대단위 생산공장의 건설을 마무리하고 9월말부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년간 1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2선 단일형 조명제어시스템이 국립기술품질원으로부터 EM마크를 획득한 데 이어 「BuilBRAIN」에 대해서도 9월말 EM인증 획득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이 회사의 조명제어시스템은 자동제어 신호전송용 통신선(CVV1.25-C)을이용한 두가닥의 동일 버스상에 스위치, 릴레이 제어기 등과 마스터컨트롤러를 연결해 제어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돼 있어 통합감시제어가 쉽고 시스템 단독운전은 물론 빌딩자동화시스템이나 출입자관리시스템과도 연결돼 지능형빌딩시스템(IBS)도 구축할 수 있어 외국 전문업체도 개발하기가 쉽지 않은 제품이다.

나라계전은 수출에도 나서 지난해 2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으며 올 연말까지 「BuilBRAIN」과 조명제어시스템 등을 주력으로 5백만달러, 내년에는1천만달러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나라계전 문성주 사장은 『전문업체로서 현장 대처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는등 고객만족활동을 강화하고 국내 전문업체로서 자존심을 걸고 기술개발에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