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신제품 상품화 잇단 연기

최근들어 가전업체들이 예정된 상품화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전업체들은 최근 가전시장이 침체된데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자 애초 계획한 대부분의 신제품 상품화 일정을 길게는 6개월 이상 연기하고 있다.

특히 상품화 지연 현상은 지난해 가전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제품을 개발,발표하면서 상품화시기를 올해로 잡았는데 그 가운데 최근 시장 환경 변화가심한 AV제품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2인치 액정화면TV와 30인치급 프로젝션형 입체TV를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상품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두 제품은 올해안으로 상품화하는 것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또 올 봄에 내놓을 예정이던 하이파이컴포넌트를 상품화 하지 못했으며 현재까지도 상품화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적지않은 AV제품의 상품화를 늦추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24인치 광폭TV를 올해초에 상품화하기로 했으나 그 시기를7월께로 늦췄다가 최근 다시 올 하반기중으로 연기했으며 지난 상반기로 예정했던 오디오 신제품 출시 시점도 올 하반기로 늦췄으나 아직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TV 주력모델인 개벽X5의 후속 모델인 개벽X6와 개벽X7을 지난7월께 상품화할 예정이었지만 상품화를 하지 못해 그 시기를 올 연말께로 미뤘고 일부 광폭TV 신제품의 상품화 일정도 늦추고 있다.

가전3사는 특히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채용한 대형 벽걸이TV 시제품 개발 일정을 2개월에서부터 6개월까지 늦추는 등 첨단 AV제품의 상품화 일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오디오전문업체들의 경우 올해 세운 하이파이컴포넌트 신제품을 비롯한 수요가 적은 제품의 출시 모델을 축소하는 한편 출시 계획도 몇개월씩 늦추고있다.

이같은 상품화 지연은 올들어 가전 시장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직면하자가전업체들이 일부 주력 모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쪽으로 전략을 마련하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그렇지만 가전업체들이 뚜렷한 시장전략 아래 신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경쟁사의 제품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시제품 개발 단계로서 상품화 시기가 불투명한데도 기술력 과시를 위해 일단 발표하고 보는 그릇된 관행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