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원로급 기술인력 영입바람

가전용 중심에서 벗어나 통신용 등 유망분야로 사업다각화를 활발히 추진하는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업계 원로급 기술인력 영입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부품산업을 일구어 온 초창기의 기술인력들이 다시 업계의전면에 등장, 화려한 제 2전성기를 맞고 있다.

원로급 인력의 재기용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신규사업에 진출한기업들이 사업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해당업종에서 십여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원로급 인사들의 역할이 긴요한 데다 이들이 그동안 맺어온 인맥을 활용할 경우 사업초기에 필요한 인력을 원할하게 수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기는 이동통신용 부품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라 수정관련 부품개발을 위해 우인현 전수정진동자연구조합 고문을 소재응용실 기술자문역으로 영입, 수정관련 부품개발을 지원토록 했다.

태일정밀은 신규 전략사업인 수정부품사업의 조기정착을 위해 싸니전기공업 상무출신으로 국내 수정진동자 업계 최고수준의 기술자로 평가받고 있는김형태씨를 최근 수정진동자사업본부장(상무)으로 전격 영입했다. 김형태씨는 초창기 싸니전기의 기술부문을 사실상 확립해 놓은 사람으로 싸니전기를그만둔 후에는 제원통신을 설립, 독자사업을 하기도 했다.

또 모토로라코리아와 아남산업의 공장장 출신으로 반도체 패키징분야의 전문가인 김종태씨는 현재 갈륨비소 반도체 패키징사업에 진출한 씨티아이(CTI)반도체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초 씨티아이그룹은 김종태씨를 씨티아이반도체의 기술고문으로 영입했으나 그의 능력을 인정, 이달 초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회사 운영 전반을 맡겼다.

코리아써키트의 초창기 멤버로 이 회사의 기술력을 현재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조선귀씨는 최근 중소 산업용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인 기주산업의 전무로 취임, 기술부문을 총괄하면서 새로운 활동상을보여주고 있다.

한편 고주파분야의 수동부품을 생산하는 KMW는 기술지원보다는 경영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원로급 인사를 활용하고 있다.

초기에 엔지니어 중심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최근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기업경영 부문에 다소 취약점이 있다고 보고, 필름콘덴서업체인 세화전자 대표를 맡고 있는 최광열씨를 지난해 말 비상근 회장으로 젼격 영입한 데 이어최근에는 태평양시스템 대표이사를 지냈던 정승모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통신부품 등 첨단분야의 기술인력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이같은 원로급 기술인력의 활용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