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PC산업과 수출경쟁력

朴鍾一 삼보컴퓨터 수출담당이사

80년대 수출로 성가를 날리던 대한민국의 중요한 수출아이템은 포니자동차와 퍼스널 컴퓨터(PC)였다. 해외시장, 특히 미국시장에 수출된 「메이드 인코리아」의 이미지는 이같은 제품들이 갖는 느낌 그대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값싼 것」으로 알려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80년대 국내 PC업체들의 컴퓨터 수출은 실제로 값싼 노동력과 단순한 부품들의 조립 그리고 메이저 업체들의 주문에 의존한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이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을 전후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대만의 소소한 PC조립업체들이 세계PC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들 대만업체들에 밀려 국내 PC제조업체들은 미국시장을 비롯한 수출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후퇴하게 되었다.

당시 전체 PC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PC 전체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을차지한 수출물량의 감퇴는 결과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있던 현지법인과 사무소 등의 문을 닫게 했고 대다수의 PC업체들이 그때를 기점으로 다른 업종으로 돌아서거나 PC사업 자체를 포기해야만 하는 운명에 부딛쳤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급성장한 PC 내수시장의 붐은 PC제조업체들의 활로를풀어주었고 올해 상반기 아시아시장에서만 이미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LG전자가 10위 내외의 대형 PC메이커로 각각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국내 PC업체들이 수출에서 벌어들인 물량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수시장을 통해달성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올해를 기점으로 PC의 내수시장 성장률이 예년에 비해 10%나 떨어진현 상황에서 우리의 PC산업 미래는 수출시장에 그 열쇠가 달려 있다. 국가경쟁력의 기본인 수출은 해당 기업의 열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관건이다. 또한 그 시장에 대한 특성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PC시장의 특징으로 손꼽히는 기술변화의 짧은 사이클과 급변하는 시장환경자체는 PC메이커들을 어려운 환경으로 몰아가지만 오히려 국내 PC업체들에게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부품 구매에서 특정 메이커에 치우치지 않는 취사선택과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와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상품기획의 신속함에서 얻을 수 있다.

또한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이 메이커 또는 브랜드 이름보다는 실제 판매가격과 구매 이후 지원되는 AS의 수준을 보고 구입제품을 결정하고 있다는것은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에게는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몇몇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는 PC수출은 이제는 얼굴을 가진 우리의 브랜드로, 판매 이후의 AS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다시 해외현지로 파고들고 있다.

국내 PC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은 미국 최대의 백화점 가운데 하나인 시어스백화점 컴퓨터매장에서 IBM, 컴팩 등과 세계적인 메이커들의 제품과 당당히경쟁을 벌이고 그동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일본시장과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것 등으로 점차 결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지난 80년대의 OEM 수출과는 질적으로 차별화한 「메이드 바이 코리아」의 제품으로 그 성가를 인정 받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진화된 생산거점과 조직, 전산화한 현지물류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필연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들에 대한새로운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수출에 대한 국내 PC업체들의 인식전환 및이를 위한 열정과 준비는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PC 수출산업이 다시한번 화려하게 꽃피기 위해 남아있는 과제는 PC수출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이다. 무역과 관세, 그리고 각종 규제 등에대한 정책이 국내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뛰어넘어 국내 기업의 세계적인 활동을 위한 과감한 정책들로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