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의 극장상영일 수를 영화법 상으로 규정한 스크린쿼터제의 감시기능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놓고 영화계가 두 갈래로 나뉘어 심각한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부서인 문체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치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3일 「스크린쿼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고 중재자로 나섰으나, 문체부는 담당자를 참석시키지 않는 무성의로 다시한번 영화인들을 실망시켰다.
기독교 1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올 7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감독협회」 「시나리오작가협회」가 공동으로 발족시킨 「스크린쿼터 감시단」측과 「스크린쿼터 지키기 운동본부」 신규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극장협회」 「전국극장연합회」등 극장주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스크린쿼터 감시단」측의 발제자로 나선 정지영 영화감독협회장 겸 스크린쿼터 감시단 운영위원장은 현행 스크린쿼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을 우리영화 상영일 수의 허위신고라고 주장했다.
정지영 감독은 스크린쿼터 감시단이 밝혀낸 허위신고의 대표적인 사례로서외화 흥행작을 상영하면서 한국영화로 신고하는 경우와 외화 한 편만 개봉하면서 한국영화와 동시상영이라고 속이는 경우, 복합관에서 좌석수가 가장 적은 극장에 한국영화를 걸고 가장 붐비는 극장으로 허위기재하는 경우 그리고한국영화 상영을 신고해놓고 실제로는 내부수리를 하는 경우 등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극장주들의 입장을 대변한 서울극장협회 곽정환 회장은 스크린쿼터를 지켜야 한다는 대전제에 합의하면서도 현재의 스크린쿼터 감시단 대신 향후 「스크린쿼터 운동본부」를 통해 자정노력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가 공전으로 끝난 후 기자간담회를 요청한 경실련 유재현 사무총장은 『문체부 장관 면담을 통해 공연신고서를 극장에 게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영화진흥법 시행규칙에 명시하고, 스크린쿼터를 지킨 극장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모색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우리영화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육성책 마련을 뒷전으로 미룬 채 스크린쿼터제도로 불거져 나온 영화계내분에 대한 수습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문체부의 배짱행정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선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