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KETI)가 27일로 창립 5주년을 맞는다.
지난 91년 제조업 경쟁력강화 대책방안의 하나로 설립된 이 연구소는 설립당시 생산기술연구원 설립에 이은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그동안 주문형반도체 등 각종 첨단 전자부품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오면서 국내 부품산업의 「기술공급원」으로서의 입지를 굳힌것으로 일단 평가받고 있다.
KETI는 현재 부품연구본부 등 3본부, 3개실, 4센터, 5사업단의 조직과 박사급 연구원 36명을 포함해 총 2백17명의 상근 및 비상근 인력으로 구성돼있으며 지난 93년 말에는 평택에 자체연구소를 확보, 독립적인 연구기능을확고히 했다.
KETI의 그동안 연구성과를 보면 연구소 최대성과로 꼽히는 HDTV 개발을 비롯해 한국형 케이블TV, G4팩스, 유럽형 이동통신(GSM) 단말기, 정보통신부품, 전자핵심부품 개발사업 등이 있다.
KETI의 주요 설립목적의 하나인 중소 전자부품업계의 애로지원과 관련해서는 현장방문지도, 품질평가 및 신뢰성 지원 등을 해왔고 전자부품규격 표준화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오기도 했다.
이 연구개발 추진과정에서 지난해 말까지 국내외에 출원한 특허 등 산업재산권이 1백81건, 논문발표 건수가 58건에 이르고 있으며 총 1백4개사와 협동연구를 수행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KETI가 국내 전자부품 기술개발의 메카로 확고히 자리잡기까지는상당한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우선 재정자립의 문제다.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연구소 기초확립 차원에서총 3백50억원의 정부 및 민간자금을 출연받아 왔으나 내년부터 이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재정자립을 실현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
또한 내부조직을 다지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올 상반기 노조설립 시점에서조직내부의 갈등이 표면화된 바 있으며 이같은 조직분열은 일단 봉합됐지만언제든지 불씨가 재연될 소지를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연구소의 방향성도 재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만 전자부품연구소일 뿐 연구테마는 거의 세트에 주력해온 것에 대한 주변의 따가운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예 「전자부품」자를 떼버리든지 부품연구에만 국한하든지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다만 세트개발의 핵심이 사실은 부품개발에 있고 부품의 모듈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세트와 부품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어 현재의 방향에 큰 무리는없다는 것이 연구소측의 시각이다.
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의 독립문제는 KETI의 독자운영과 관련해 중요한과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당초 생기원의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KETI는 지난해 산하기관 독립운영 방침에 따라 법적으로 독립근거를 확보했으나 실질적으로 대외적인 활동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인 간섭을 벗어나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ETI를 아예 민간연구소 형태로 독립시켜 운영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변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런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장세탁 소장과의 일문일답.
-연구소를 향후 끌고나갈 방향은.
△연구소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장기경영전략을 일본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아 수립중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조직원들의 동의가 없으면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내부합의 도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WTO 등으로 인해 연구소도 이제 경쟁력을 갖춰야 할 입장이므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도록 세계화를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 해외기술정보망 구축작업에 최근 착수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재정자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재정자립과 우수인력 확보문제는 연구소의 양대과제다. 재정자립은 정부지원 근거가 없어진 만큼 민간수요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해결해 나가겠으며우수연구원 확보는 연구소의 기능상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연구소의 독립에 대한 의견은.
△연구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 경우 장기예산 확보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