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AV산업 발전은 가전-방송사간 공조체제 구축서

멀티미디어시대가 다가오면서 AV산업과 미디어산업의 융합이 날로 가속화하고 있지만 우리 가전업체들과 방송사업자간의 공조체제는 여전히 미흡해 이같은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한국방송공사(KBS)는 몇년동안 끌어온 TV문자방송을 폐지하는 쪽으로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신기의 보급이 미흡해 문자방송의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방송국들은 KBS에 앞서 문자방송을 폐지했었다.

KBS측은 『가전업체들이 10만원대인 별도의 문자방송수신기를 내놓은 대신TV에 내장함으로써 값이 비싸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전업체의 협조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문자방송에 투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전업계는 그 책임을 방송사로 떠넘기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문자방송수신기의 보급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방송사가 내보내는 문자방송 내용이 부실한데다 홍보 또한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공방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 방송사업자와 가전업체들간의 부실한 공조체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디지털위성방송을 시험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KBS는 수신기 보유가 1백만가구를 넘을 때까지 본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가전업체들은 방송서비스가 제대로 안돼 수신기 보급이 안된다며 KBS가 방송일정을앞당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방송사가 보내는 와이드방송 프로그램이 없어 광폭TV 수요가 부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올초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TV자막(캡션)방송의 경우 방송사들이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수신기가 없다는 이유로 방송실시를 늦추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방송 없는 상황에서 수신기 판매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카오디오를 비롯한 오디오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라디오 문자다중(RDS)도 같은 이유로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방송사와 가전업체들이 공조체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방송사와 가전업체들은 공동으로 한국형 예약녹화시스템을 개발해VCR에 상품화했다. 최근에는 방송사와 가전업체가 공동으로 TV의 잔상을 제거하는 기술(고스트 캔슬러)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여전히 많은 현안이 방송사와 가전업체들은이해관계 차이로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방송사와 가전업체간의 공조체제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영국의 BBC를 비롯한 유럽연합(EU)지역의 방송사들은 저마다 EU내 가전업체들고 공동으로 디지털TV와 고선명(HD)TV 각종 차세대TV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 가전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HK방송사의 경우 일본내 가전업체들과 공동으로 다양한 TV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NHK기술연구소는 입체TV를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가전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가전업체와의 제휴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방송사들도 최근 가전업체와의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CBS는 최근 가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HDTV인 슈퍼 샤프TV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방송사와 가전업체들은 서로 동떨어져 움직이고 있다.

가전업계는 『방송사들이 새로운 방송을 도입해야 가전신규수요의 창출이가능한데 방송사들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방송계는 방송계대로 『새로운 방송을 도입하려면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고 각종 규제 아래에서 방송사가 움질일 수 있는반경 또한 좁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투자재원 확보가 용이한 가전업체들이 더욱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시각 차이로 양측의 공조체제 구축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보인다.

그렇지만 방송산업과 가전산업의 연관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방송계와가전업계는 어떤 형태로든 서둘러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에는 방송사와 가전업체 경영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인식전환과 아울러 수신기(통상산업부), 전송망(정보통신부), 방송정책(공보처)에 따라 서로 다른 정책을 내놓는 정책당국의 공조체제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