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ERP 등장으로 흔들리는 MIS 시장

「국산 ERP는 개발 가능한가.」

한 업체의 관계자는 이런 질문에 『SAP의 「R/3」를 예로 들어보자. 72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이 분야에만 투자했다. 지금도 1천5백여명의 개발자들이ERP 패키지만 연구하고 있다. 1천5백명이면 국내 어지간한 SI업체보다 많은인원이다. 경쟁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오히려 그들의 패키지를기반으로 컨설팅 업무에 주력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국내시장에서도 ERP가 본격 도입되기 전 패키지 형태의 경영관리 소프트웨어가 있었고 지금도 관련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MIS 패키지업체라고 부르는 이들 소프트웨어업체는 현재 대략 10여개 정도 존재해 제품을공급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남 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객관적인 비교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외국산 패키지가 대거 국내 진출에 나서면서 혹시나 자신들의입지가 송두리째 뽑히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올해초만 해도 국내 MIS 패키지업체들은 외국산 패키지에 대해 국내 기업환경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ERP 패키지가 국내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전산실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경영관리를 자체 개발없이 패키지로 쓸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였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ERP 패키지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면서 우선 그 방대한 기능과 짜임새가 놀라웠다. 수백, 수천개의 세부 모듈이 막강한 기능에다 통합성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시장을 전략적으로 노리고 있는 ERP업체까지 등장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국내 기업들이 패키지 도입에 예전과 달리 비상한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중소기업들도 ERP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MIS 패키지시장은 약 1백5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기에 주로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MIS 패키지시장을틈새시장으로 삼아 공략해 왔다.

주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해오던 이들 MIS업체는최근 ERP 시장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바짝 긴장하고있다.

국내 MIS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한 두 업체를 중심으로 그동안 단일업무 위주의 패키지를 개발 판매해 오던 것을 통합패키지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또 PC 기반의 플랫폼을 벗어나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을 공략하려는 업체도 생기기 시작했다. 공략 대상의 규모를 조금씩 키우려는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때 ERP 패키지가 갑자기 출현한 것이다. 비록 ERP시장이 대기업을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고 MIS 패키지가 대상으로 하는 시장과 규모면에서 큰차이가 있어 당장 시장충돌은 없겠지만 MIS업체들은 시장규모 확대를 꾀하고있는 상황이어서 상당한 부담을 안을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아직 ERP시장이검증 안된 상황이며 활성화가 된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까지 확대되려면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상황은 일변해 현재ERP시장은 과열이라 할 정도로 열기에 휩싸여 있다.

따라서 MIS업체들도 변신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이 결과 ERP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기존의 PC 기반 ERP 패키지 개발에서 벗어나 CS환경의 패키지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기업전산원, DIT, 엔티에스 등이 이미 CS환경의 기술개발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기업전산원의 경우 이미 ERP를 선언하고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있다. 국내 MIS업계 또한 기술력만큼은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그동안의 경험으로 국내 경영환경에 대한 이해도 외국업체보다 낫다고 자부하고 있다.

당장이야 외국업체를 따라잡기 힘들겠지만 시작이 중요하다는 게 국산 ERP패키지 개발에 발을 들여놓은 MIS업계 관계자들의 각오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