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패키지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품 공급업체 못지않게 이 시장에 촉각을곤두세우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바로 그들이다. ERP 구축과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ERP 컨설팅시장이 오히려 패키지시장보다3∼4배 이상의 규모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RP시장에서 컨설팅이란 기업업무 프로세스를 재편하는 기업재구축(BPR)에서 적절한 패키지를 선정하고 디자인하며 구현(Implementation)하는 데까지이르는 ERP의 실질적인 구축업무를 일컫는다. 결국 ERP 구축의 성패는 컨설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RP 패키지 구축 프로젝트에서 이같은 컨설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비용의 70% 이상에 이르고 있다.
ERP가 정보시스템 구축의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고 있고 이에따라 컨설팅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스템 구축 대행서비스를 하고 있는 SI업체들의 발걸음 또한 빨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의 ERP시장이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향후 무게 중심이 SI업체들에 넘어갈 것이란 분석이 유력해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데이타시스템이 그룹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있으며 현대전자, LG전자 등 ERP 도입을 선언한 기업에서도 실제 구축작업은현대정보기술, LG-EDS 등 그룹내 SI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대우정보시스템, 쌍용정보통신, 포스데이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SI업체들이 ERP 컨설팅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I업체는 아니지만 삼보컴퓨터가 전산실을 중심으로 향후 ERP 구축사업에진출, 이를 통해 SI사업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한국중공업, 텔슨전자 등도 자사의 ERP 구축이 완성되면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ERP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ERP 수요확대는 국내 SI시장의 확대는 물론 정보통신 관련업체들의 SI분야로의 진출을 크게 부추길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SI업체들의 어느 한 회사의 제품만을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수요자들의 특성에 맞는 ERP패키지를 이용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SI업체들의 고유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SI업체들의 선택에 의해 ERP패키지 공급업체들의 성패가 좌우될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ERP패키지 공급업체들이 SI업체들과 제휴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대부분 그룹계열사인 SI업체들을 공급채널로 확보함에 따라 다른 계열사로의 판매가 보장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업의 성패여부가 유력한 SI업체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SI업체들도 외국에서 개발된 ERP패키지가 아직 국내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 제품을 공급하는 데서 오는 위험을 최소화하고다양한 업종의 계열사에 대한 영업을 위해서는 패키지의 각 성격과 특징에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다양한 패키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두 진영의 이해와 맞물려 ERP 공급업체와 SI업제들간 제휴는 당분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LG-EDS의 경우 오라클의 패키지를 이용해 LG전자의 ERP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LG화학에는 SSA의 「BPCS」를 도입, 시스템 구축작업에 나서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EMS사의 「EMS」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아발론」 패키지를 직접 판매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도 전략사업부를 중심으로 SAP와 「R/3」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자사의 회계시스템은 오라클패키지로 구축하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QAD의 「MFG/PRO」, SSA의 「BPCS」에 이어 오라클, 디엔아이 등과도 공급계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94년부터 ERP 구축사업을 진행중인 삼성데이타시스템이 최근 1백여명의 SAP사업팀을 ERP 컨설팅 인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체계적인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처럼 ERP시장을 겨냥한 SI업체들의 사전 정지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향후 ERP시장은 SI산업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