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그룹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전세계 ERP 시장규모를 2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컨설팅 및 유지보수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1백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내시장은 대략의 전망조차 힘들 정도로 유동적이다. ERP 구축 프로젝트에서 실제 패키지 자체가 갖는 비중은 전체의 20∼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는 실제 구축작업에 소요되는 컨설팅과 유지보수가 차지한다. 따라서 이를 어떤 식으로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전망치에 심한 차이가나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ERP 공급업체들이 밝힌 매출실적을 종합하면 지난해국내시장 규모는 1백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당초 올 초에는 올해 시장이 지난해보다 2∼3배 성장한 2백억∼3백억원 정도로 예측됐지만 최근 들어시장이 활성화되면서 5백억원 정도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ERP 공급업체들이 올 매출목표액을 모두 달성한다면 7백억원대의 시장이형성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ERP시장은 외국업체들의 각축장이다. 독일의 SAP를 비롯해 미국의 오라클, SSA, QAD가 직접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이밖에 네덜란드의 바안과 미국의 아발론, 마캄, EMS,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시스템스유니언 등이국내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SAP와 오라클이 대형 패키지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SSA와 바안이 그 뒤를 바짝 쫓으면서 이 4개 업체가 국내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업체는 SAP와 오라클이다. 세계적으로도 ERP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양사는 국내시장에서도 대형 사이트를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삼성그룹이라는 초대형 사이트를 확보하면서 국내 ERP시장의 열기를 촉발시킨 SAP는 세계시장의 34%를 점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ERP업체. ERP 패키지의 대명사인 「R/3」를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내부 조직정비 및 현지적응과정을 거쳐 지난달 독일 본사의 디트마르 호프 회장이 전격 내한해 현대정보기술, 삼보컴퓨터와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AP 「R/3」의 강점은 패키지의 방대한 기능과 통합성을 들 수 있다. 총 12개의 모듈로 구성된 「R/3」는 7천여명의 SAP 직원중 1천5백여명의 개발자에게 매년 총수입의 17% 이상을 투자해 계속 보완되고 있다.
세계 ERP시장의 왕좌에 군림하고 있다는 과신과 국내 마케팅환경의 이해부족, 경쟁업체들의 집중적인 공격 등으로 초기 시장경쟁에서 삼성 이후 한동안 추가사이트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89년 국내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DB시장의 5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세계 최대의 DB업체 오라클은 작년 4월 ERP시장에 공식 출사표를 던지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한국오라클의 총매출액 4백50억원중 ERP분야의 매출액은 5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1백억원의 ERP 매출목표를설정하고 조직정비 및 마케팅 강화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ERP시장에서 SAP의 독주를 견제할 최대 호적수인 한국오라클은 특히DB사업을 통해 다져진 마케팅조직과 방대한 협력업체를 통해 후발주자이면서도 LG전자에의 제품공급권을 따내 기세를 올리고 있다. 현재 LG-EDS 내에 LG전자 프로젝트를 수행할 1백여명의 오라클팀이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현대정보기술, 데이콤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회계부문이특히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양대 ERP업체의 쌍두체제에 제동을 걸고 나온 업체가 한국SSA와 바안이다.
지난 92년 일찌감치 국내 ERP시장에 진출해 AS/400용 「BPCS」를 국내 40여 사이트에 공급해온 한국SSA는 지난 4월 본사의 로저 코비 회장이 직접 내한해 클라이언트서버용 「BPCS 6.0」을 발표하면서 시장경쟁에 본격적으로합류했다. 「BPCS 6.0」을 발표하자 마자 LG화학에 공급해 기세를 올린 SSA는 최근 유한킴벌리, 삼천리기계, 코벨 등 중소형 사이트에 잇따라 제품을공급한 데 이어 하드웨어, 컨설팅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는 등 공조체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SAP, 오라클의 「R/3」나 오라클 패키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패키지 규모는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객체지향기술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대형 사이트 선점경쟁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에 이어 ERP시스템 도입에 일찌감치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중공업이 선택한 ERP는 바안의 「트라이톤」. 국내 공급업체인 DNI는 한국중공업에 이어 지난달 쌍용정보통신과 「트라이톤」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회사를 통해 쌍용그룹에 ERP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뒤늦게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현재 쌍용정보통신에 이어 추가채널 계약을 위해 SI업체들과 물밑 접촉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프로젝트성 사업분야에 특히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DNI는 직접공급방식보다는 SI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한 간접판매방식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RP 공급업체로는 SAP, 오라클 등 대형 패키지업체 외에 이들과 맞대결을피하면서 중형급 이하의 시장을 주 공략대상으로 하고 있는 패키지업체들도국내에 진출해 있다. QAD, 아발론, EMS, 던앤브래드스트리트 등 미국업체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한국QAD처럼 현지법인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있으나 대부분이 국내 SI업체 등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이 아발론사의 「아발론」을 그룹내 계열사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LG-EDS가 「EMS」, 미원정보기술이 마캄의 「프리즘」, CSG가던앤브래드스트리트의 「스마트스트림」 및 시스템스유니언사의 「선」 패키지를 각각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FG/PRO」는 현재 대우자동차, 한라중공업, 코카콜라 등에 적용중이며 91년 진출 이후 총 28개 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다. 패키지 이름에서도 알 수있듯이 매뉴팩처링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QAD는 채널판매를 통해 제품공급을 하고 있으며 CSG, 대우정보기술 등이 공급을 맡고있다.
LG-EDS는 제조통신사업부 내 EMS팀에서 ERP패키지 「EMS」로 중소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LG그룹 내 산전 및 정보통신분야의 표준시스템으로구축중이며 이밖에 대륭정밀의 해외법인, 한창 등에 패키지를 공급했다. EMS팀에서는 LG-EDS 내의 오라클, BPCS 지원팀과는 별도로 연 매출액 50억∼2천5백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미원정보기술이 마캄사의 「프리즘」 공급을 위해 사업부 조직을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