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전산환경에 전사적자원관리(ERP)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SAP, 오라클, SSA, 바안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했고, 삼성전자, 한국중공업, 현대전자, LG전자 등이 이미 ERP 패키지로전사적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삼성데이타시스템(SDS), LG-EDS, 현대정보기술, 대우정보시스템, 쌍용정보통신 등 대형SI업체들도 ERP 시장 참여를선언했다.
세계적으로 ERP 시장은 급성장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가트너그룹에서는 2천년대까지 현재 기업의 40% 정도가 새로운 ERP 시스템으로 교체할 것으로예상하고 있으며 IDC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15개 ERP(클라이언트서버애플리케이션) 업체의 경우 99년까지 연평균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트너그룹도 향후 5년간 성장률을 50%로 예측하고 있어 가히 폭발적인성장추세가 예상되고 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기업에서 기간을 이루는 업무들 즉생산, 자재, 영업, 인사, 회계 등의 업무를 통합 관리해주는 대형 경영관리용 패키지 소프트웨어다. 생산관리, 물류관리, 회계관리 등 각 업무단위가독립적인 모듈단위로 구성돼 있고 이 모듈들은 또 수십, 수백개의 세부 모듈로 구성돼 있다.
수요자는 ERP 공급자가 제공하는 패키지 중 자신의 기업환경에 맞는 모듈들만 부분적으로 선택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추가해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다. 각 모듈은 어느 모듈과도 완벽하게 연결되며 최종 시스템의 크기 및 형태 또한 원하는대로 조합해 낼 수 있다.
ERP의 강점은 시스템의 통합성과 유연성이다. 단 이런 패키지 도입의성공을 위해서는 비지니스 리엔지니어링을 통한 기업 업무 프로세스의 완전한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 부분의수정 작업이 필요하게 되고 그것이 잦아지면 패키지의 성격을 잃게 돼 자칫하면 패키지의 모듈별 통합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로인해 ERP 구축에는 기업재구축(BPR)을 포함한 컨설팅 분야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RP는 기업의 원활한 자재, 구매활동을 위해 제안된 MRP(Material Requirement Planning)에서 시작됐으며 다시 생산관리개념의 MRP-Ⅱ(ManufacturingResource Planning)로 확대됐고 현재는 회계나 인사 등 조직이나 기업 간의전업무영역을 수용한 ERP 시스템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렇듯 유연성과 통합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ERP 패키지는 이제까지의 자체 개발시스템에서 겪었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도구로 인정받으면서 기업 경쟁력 제고의 최적 시스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ERP 도입배경 >
올들어 ERP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룹사를 포함한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소 기업들까지 ERP에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의 관계자들은 『최근 ERP 패키지 열기가 예상밖으로 빨리 시작됐지만 국내 기업들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변화를 감안할 때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경영환경 및 정보기술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데이런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ERP 패키지가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WTO체제의 출범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가 하나의 단일경제권으로 재편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더욱 심해 질 시장경쟁에 대비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시장개방은 가속화되고 있고 고객들의 요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 경쟁력의 최대 무기라 할 수 있는 정보기술환경도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식 전산시스템이 서서히 쇠퇴하면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분산, 개방형 시스템이 새로운 정보관리 솔루션으로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
결국 기존의 폐쇄적이고 중앙집중식으로 운영되던 비생산적인 기업 업무프로세스를 과감히 개선해 글로벌 시장경쟁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업재구축즉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을 이루어야 하고 이와 함께 개선된 기업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재구축 또한 절실히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ERP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조금은 다른 측면의 해석도가능하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전산시스템은 대대적인 교체기에 들어서 있다. 자체개발이나 외부 용역 등을 통해 개발한 전산시스템이 계속된 수정과변경으로 시스템 자체가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노후화했고 개발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정보시스템의 재구축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ERP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유력 ERP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산시스템 구축시각 업무별 기능 중심의 시스템이 강조돼 기업내 통합관리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현재의 전산 개발요원들이 급속히 변하고 있는 클라언트서버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ERP 패키지를 효과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시장상황>
ERP 패키지가 주목받은 것은 94년 6월 삼성이 전 그룹사의 전산시스템을 ERP 패키지로 재구축한다는 계획 아래 독일 SAP사의 「R/3」를 전격 도입하면서 부터로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ERP업체인 SAP사가 삼성이라는 초대형 사이트 확보에 힘입어국내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나섰고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오라클도 작년 4월 ERP 진출을 선언한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나섰다. 또 네덜란드의 바안(Baan)사도 한국중공업에 이어 새로운 공급사이트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SSA, QAD 등도 ERP 시장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밖에 미국의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아발론, 마캄, EMS 등도 연이어 시장경쟁에 합류했다.
국내 기업들도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한국중공업에 이어 작년부터 검토작업을 벌이던 현대전자, LG전자, LG화학 등이 속속 ERP 도입을 발표하고 나섰고 현대자동차, 만도기계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대기업들이 현재 물밑 검토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ERP 패키지 도입에 수반하는 컨설팅과 하드웨어 시장을 놓고 중대형 SI업체 및 하드웨어 업체들도 시장 합류를 공식 발표했거나 준비중에있다.
<최고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ERP 도입에 호의적이지만 않다. 우선 기업의 전산환경을 외부 개발업체의 패키지에 일임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경영자나 전산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의 전통적인 패키지 거부감이 아직은 가시질 않았다. 이들은 패키지를 도입한다고 해도 외국 기업환경과 국내 기업환경이 다른데 외국산이 대부분인 ERP 패키지가 국내 기업환경에 적용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같이한다.
ERP 패키지를 구축한다는 것은 기업의 정보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대형프로젝트다. 패키지 도입과 함께 기업 업무 프로세스도 과감이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시스템 운영자의 확고한 신념과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의구심은 큰 장벽이 될 수있다.
무엇보다도 아직은 시장 형성기에 불과해 ERP 도입의 성공적인 모범사례가없다는 점이 ERP 보급에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현재 한창 구축작업중인선두 기업들이 설치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판단해 볼 수 있는 2, 3년 후에야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열기 확산>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초기 시장 형성기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 밖에없다는 인식과 ERP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긍적적인 기대 효과 그리고 기업환경변화에 대처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 때문에 ERP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이미 상당수가 도입을 했거나 추진중이어서 이들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국내 기업들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속에 ERP 시장은 이미 불이 붙었고 향후 2,3년간은 ERP가 국내기업들의 최대 관심사항이 될 것이라는 전망속에서 올 하반기에 얼마나 많은기업들이 ERP를 도입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