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만화영화업

朴重吉 투니버스 대표이사

국가경쟁력을 갖춘 영상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용이한영상소프트산업으로서 만화의 중요성은 잘 알려 있다. 그러나 영화는 자체기획, 제작을 통해 수출되는데 비해 만화영화는 외국작품을 하청받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한 제작, 수출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내 만화영화산업은 노동집약적 부분인 제작부분(메인 프로덕션)을 전담하고 가치중심적 상부구조인 기획부분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월트디즈니사의 「알라딘」이 2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리고 일본 도에이사의 「드래곤 볼」이 15억엔의 흥행수익을 챙길 때 우리는 총 제작비의 30∼40% 정도에불과한 OEM제작 수출대금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들어 국내 3개 공중파 방송국을 주축으로 만화제작사 및만화영화 전문기획사들이 자체 캐릭터와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제작, 완성한만화영화들이 국내에 선보이고 일부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점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것은 만화영화의 기획이 유통주의적 관점이 아니라생산주의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추구하는 생산기획에만 주력한 나머지 영상물 자체의 유통(TV, 케이블TV, 위성비디오)을 포함한 연관산업, 예를 들어 캐릭터산업, 출판, 음반, 게임 등의 멀티미디어 산업에로의 유통기획을 통해 고부가가치을 창출하지 못했다는것이다.

실제로 만화영화 제작사들은 기획기간을 줄이고 더욱 적은 셀 매수를 써서제작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작품의 완성도도 높여야 하는 「이율배반적인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생산주의적 기획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해외 유명 만화영화에 익숙해진 국내외 아동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고 이는 적자 누적과 제작비 재절감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과감한 투자와 수익창출 및 재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길은 만화영화와 관련이 있는 시장을 내다보고 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기획, 즉 유통주의적 기획밖에 없다.

국내외 캐릭터산업, 출판, 음반, 게임 등 멀티미디어의 시장규모와 그 접근 가능성, 매체간 이식성, 적정가격과 유통시기 등의 전략은 기획 초기단계에 설정돼야 하며 이를 통해 제작비의 적정규모와 제작형식, 구성 등 생산주의적 기획이 뒤를 이어야 한다.

더구나 멀티미디어 환경하에 관련산업이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유통주의적 사고방식에 따른 기획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각 연관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나 특징 등을 파악할수있는 기본자료도 불충분하고 만화와 연관산업과의 연계성 자체에 대해서깊은이해를 지닌 만화영화 기획자들도 많지 않은 듯하다.

문화산업의 첨병으로서의 만화산업은 산업의 논리인 이익창출로써 그 지속적인 발전과 영속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다. 만화영화 관련산업 종사자들모두가 사업가적 사고, 즉 유통주의적 사고를 갖게 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가 만든 만화 주인공들을 TV프로그램과 비디오는 물론 게임소프트와 서적,문구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