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내 기간업무를 전사적자원관리(ERP) 패키지소프트웨어로 구축해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기업내 전산실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있다.
전통적으로 전산실은 기업 내에서 필요한 관리업무를 프로그래밍 언어나 4GL 등을 이용해 직접 개발해주고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부서였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직접 개발 중심의 업무방식이 전문 패키지를 도입해 운영하게되면 상당부분 그 역할이 감소되고 시스템 운영 측면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산실은 패키지에 기존의 개발부분을 대폭 일임하고 시스템 운영자나 정보기획자, 시스템관리자 등의 업무로 나뉘어 정보지원실 또는 정보기획실로서 위상을 변화시켜 나갈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확산되고 있는 ERP 구축 바람에 대해 기존의 전산실 개발담당자들은 별로 달갑지 않은 눈치를 보이고 있다. 창조적인 업무라고 생각했던 시스템 개발자에서 단순 운영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삼성, 현대, LG, 대우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패키지도입에 나서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또 기존의 직접개발방식이 급변하는 정보기술환경을 적절히 따라가지 못했고 단위부서별 기능중심의 시스템 개발에치우쳤다는 점 등이 설득력있게 제기되면서 ERP구축 현상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우선 현재의 기업 전산시스템이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지적이다. 메인프레임 방식의 중앙집중식 전산환경이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분산, 개방시스템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다 새로운 정보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개발과 신기술 동향을 따라 잡을 수 없으며 대부분의 현재 전산실 인원들은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개발기술력이 절대 부족한 것이현 상황이다.
또 기존의 전산시스템은 회계시스템, 인사시스템, 자재관리시스템 등 시스템별 담당자를 두고 개발, 운영하고 있는데 시스템간에 통합성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는 평이다. 또 담당 개발자들이 이직시에는 손도 못대고 시스템을다시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전산실 구조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지적도 새로운 변화 수용을 재촉하고 있다. 국내 전산실의 개발자들은 대개고참 대리급부터는 개발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다. 20, 30년을 개발 업무에종사하는 하는 외국인 개발자들이나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제품에비해 기술력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내 전산실이 전문 개발사가 아닌 이상 기간 시스템은 전문 패키지에 맡기고 패키지를 업무환경에 접목시키는 2차 개발업무에 주력하고 신기술 동향 등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수용하는 기획업무를 대폭 강화해야 할때가 온 것이다.
경영관리 패키지가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보편적인 시스템 구축도구로확산되기까지는 아직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대세라는 의견이 우세하고 그러한 움직임도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전산실의 위상 또한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