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산업 원천기술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우리 가전산업은 가전업체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펼쳐온 기술개발노력에도불구하고 핵심 원천기술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부품종합연구소(KETI)가 최근 내놓은 「전자정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육성전략 수립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가전산업은 핵심요소기술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여전하고 특히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시스템인터페이스, 반도체설계 등 고급 기술에서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낙후돼 있다.

일본업체의 TV기술을 1백으로 할 때 우리 가전업체의 생산기술은 1백10에이르지만 핵심기술인 반도체 기술은 20에 불과하다.VCR의 핵심기술은 ASIC IC인데 우리 가전업체들은 이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대체 냉매 등 기본기술을 확보해 외국 기술에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올라섰지만 대체냉매의 취급을 비롯해 콤프레서, 열교환기 등 핵심부품과 장치의 국산화는 여전히 미흡하다.

오디오는 정밀 데크메커니즘을 제외하고 디지털 신호처리기술, 픽업 및 PCB(인쇄회로기판) 실장기술, 음성제어스피커, 콘지, 헤드설계 등 거의 모든부문에서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

KETI는 우리 가전산업의 원천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40∼60%라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가전업체들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물론 기존제품의성능을 개선할 때에도 적지 않은 특허료 부담을 안게 된다.

국산 20인치 컬러TV의 수출가격은 1백30∼1백35달러인데 이 가운데 1.3%를외국업체에 특허료로 지불해야 한다.1백85달러짜리 4헤드 VCR의 경우 6∼8달러가 특허료로 나간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 가전업체의 연구개발투자 규모는 외국 유수의 가전업체에 비해 여전히 작아 기술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가전3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중은 94년말 현재 5.4%인데 일본과독일의 주요기업들은 7∼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가전환경이 갈수록 멀티미디어화, 디지털화하면서더욱 벌어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이른바 정보가전이라고도 불리우는 새로운 가전제품은 기본적으로 디지털부호화기술을 비롯해 기기전환에 따른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통신신호와의 접속기술 등을 필요로 한다. 이들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수준이다.

국책과제로 개발중인 고선명(HD)TV에 대한 우리 기술수준은 브라운관기술을 빼면 디코더, 프로젝션반도체, 위성방송수신기, 돌비서라운드 등 거의 모든 기술에서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특히 신호처리기술과 비메모리 반도체기술,방송기술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는 크다.

디지털VCR의 경우 화상데이터압축기술과 에러정정기술 등 알고리듬의 개발및 시뮬레이션기술에서 선진국에 뒤지며 헤드 등 부품기술과 디지털신호처리기술도 황무지에 가깝다.

디지털 캠코더는 광학기술과 화상데이타압축기술 등 핵심기술을 확보하지않으면 개발이 불가능한데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기술이전을 꺼려 가전3사는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새로운 가전제품은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맹추격과 제품원가의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우리 가전산업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선진국이 이 분야의 기초기술을 갖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기술이 정립돼 있지 않다.이러한 상황은 생산기술이 뛰어난 우리 가전산업에게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게 KETI의 진단이다.

KETI는 따라서 정책당국은 LCD를 비롯한 차세대디스플레이와 ASIC IC등 가전핵심기술 개발에 대한 직접투자비율을 높이는 한편으로 산학협동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전업체들은 취약한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기술도입 또는 합병투자를 이용해 개발시기를 단축하는 한편 특허공유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등을 통한 선진업체와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