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治洛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최근 5년간 후발주자로서 특히 메모리반도체 사업분야에서 기적적인 성공을 이룩하였다. 90년 총매출(일관생산 기준) 23억달러에서 만 5년 만인 95년에는 1백61억 달러에 도달하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겼다. 이것은 최근 세계 반도체시장의 지속적인 호황과 국내 반도체업계의 집중적인 투자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세계 반도체산업은 93년부터 세계 PC경기가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됨에 따라 급속하게 신장함으로써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부족 현상을 빚었고 가수요까지 증대되는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95년 말부터 PC산업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단위단가의 급격한 하락과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공급과잉 현상이 병행되어 메모리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생산구조가 수출주도형으로 D램에 편중되어 있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메모리 생산에서 세계 제1의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선진국 시장상황에 따라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산업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업계는 과거 85년의 반도체 불황기를 시작으로 90년에제2의 불황기를 겪었으나 이를 잘 대처하여 극복한 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불황도 잘 타개해 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불황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응방안으로는 두가지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단기 대응방안으로는 재고조절 및 감산과 생산제품의 품질과 수율 향상, 그리고 경비 및 제조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단기처방은 국내 각사별 기업전략, 생산체제와 기술개발 수준에 맞게 각기 자율적,거시적으로 대처하기를 우리 모두가 원하고 있다. 특히 감산에 있어서는 일본 메모리 반도체업계와의 공조가 절대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일본이 아직 세계 제1위의 메모리 생산국이자 최대 공급국이기 때문이다.
둘째 장기적인 대응방안으로는 생산제품의 다양화와 수입 반도체에 대한국산화 촉진(95년 32억달러 수입), 그리고 연구개발의 증대 등을 들 수 있다. 장기적인 대응방안은 우리 반도체업계가 공동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숙원과제로 이를 해결해 나가는데 업계와 정부의 역량을 집중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우선 생산구조를 메모리 중심의 대량 생산체제에서 기능반도체 중심의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며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창출을 위해세트업체와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과 협력을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첨단 반도체생산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가격경쟁시대에서 기술경쟁시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생산기술 중심에서 응용기술(디자인 및 기초, 기반기술) 연구체제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제2의 반도체산업의 도약을 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나라의 기술 인프라가 조성되어야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R&D 투자의 확대를 통한 기술력 확보 방향으로 장기적인투자방향을 설정하고 정부는 기술 인프라의 조기 조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