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음반 규모는 얼마나 되며, 누가 제작해 어떻게 유통시키는가.』
이는 한국음반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원과제다. 하지만 단 한번도 불법음반제작, 유통업자들의 근본적인 실체가 드러난 사례는 없다. 그러나 현업 종사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단서들을 종합할 때 대략적인 유통현황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음반 전체시장규모는 약 4천억원대. 이같은 수치는 세계전체적으로는 12위권, 아시아지역에서는 2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불법복제음반의 대대적인 유통으로부터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 등을 포괄할 경우 시장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들 한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이 집계한 자료만 보더라도 지난 95년도 한국의 불법음반 수량은 약 1천1백만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발매된 음반총수량인 5천4백만여점의 21%에 이르는 수치다.
이러한 시장상황에다 최근 들어서는 인쇄기술 발달에 힘입어 정교하게 제작된 불법음반(정비품)이 일반 소매점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이미 「불법음반(비품)=노점상」으로 대변되던 시대를 지나 「정비품」 시대로 접어든 지오래라는 것이다.
「비품」이란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조잡하게 제작된 것으로 거리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인기가요 짜깁기식 카세트테이프를 말한다. 그러나 「정비품」은 정품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카세트테이프 뿐만 아니라 CD까지 제작되고 있으며 공급대상도 노점상이 아닌 일반소매점들이다.
「정비품」을 국내에서 제작할 경우 일단 서울 청계천 일대와 전국에 산재해 활동 중인 전문제작책들이 1회당 5천∼1만장씩 내용물(CD 및 테이프)을제작하고 여러 지역에 분산된 군소 인쇄소들이 음반재킷 및 포장을 제작, 최대 10만장 이상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 홍콩 등지의 영세 음반제작업자들을 통해 정비품을 제작, 밀수입하거나 최근 문제화 됐던 「메탈발라드」 시리즈와 같이 직접 출국해 제작하고 공문서위조 등의 대범한 방법으로 정식 수입통관을 거쳐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정비품을 구분하기 어려워 단속이힘든 것도 문제지만 정품보다 30∼40% 싸게 공급되기 때문에 일부 소매상들이 알고도 취급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며 음반유통시장의 미꾸라지와도같은 존재인 불법음반 제작, 유통업자들에 대한 발본색원을 촉구했다.
<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