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

찌르릉...

찌르릉...찌르릉...

찌르릉...찌르릉...찌르릉...

경보음이 일제히 울렸다.

교환시설과 전송 시설의 운용상태를 나타내는 모니터에 붉은빛 가시 경보가 번쩍 거렸다.

경보 리스트를 출력시키는 프린터가 연속 용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16:00.

김지호 실장은 보고 있던 자료에서 눈을 떼고 시계를 보았다. 버릇이었다. 어떠한 상황이 발생되든 제일 먼저 파악해야 되는 것이 시간이었다.

『지과장, 어디야?』

『광화문 쪽입니다.』

『그래?원인이 무엇으로 나왔나.』

『장애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로 단선과 침수,절연불량상태로 회선이 죽고있습니다.』

『그쪽 라인에 어떤 회선이 걸려 있지?』

『전국의 모든 통신망이 집중되는 곳입니다.청와대 회선, 방송회선, 비상회선이 걸려있습니다.국제전화 회선,시외 회선, 이동통신 회선, 일반 가입자회선 포함해서 30만 회선 이상이 걸려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알려 주게. 사고 회선 파악도 확실하게 하고.』

김지호실장은 보던 자료를 계속 읽어 나갔다. 요람일기(要覽日記)였다. 1905년 대한제국의 통신권이 일본에 의해 피탈되는 과정을 일기체로 적어 놓은필사본으로, 최근에 발견된 것이었다.

통제실.

우리나라의 기간 통신망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 운용보전센터 지하 4층에 자리한 통제실은 회사의 통신시설을 총괄 관리하는 곳이다. 말이 회사의 통신시설이지 우리나라 전체의 통신시설을 총괄하는 곳으로, 전국 통신선로와 교환시설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과 통신사고 발생시 사고지점을 시험하고 파악할 수 있는 선로시험기,호폭주시 자동 호조절이 가능한 시스템이 설치되어 실시간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찌르릉...찌르릉...

찌르릉...찌르릉...찌르릉...

경보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고장 회선을 수동으로 폐쇄시키면 경보가 그쳐야 하지만 새로운 경보가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보음이 그치지 않고있는 것이다. 프린터도 계속해서 요란스럽게 연속 용지를 출력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