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삶의 변방이 없다면 영화에도 변방은 없다. 90년대 들어 세계 영화 메니아들의 새로운 관심을 끄는 이른바 변방영화라면 단연 이란이다.95년칸 영화제에서 이란영화 <하얀 풍선>이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그 전해에는 세계의 각종 페스티벌에서 30여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바로 이란 영화의 비상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우리에게 첫선을 보이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56) 감독이다. 87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과 그 후속작인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를 한데 묶은 「우정의 3부작」이 변방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이다.

기존 영화 문법으로 보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소박하다 못해초라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네마자데는 세 번이나 노트에 숙제를 해오지않아선생님께 몹시 야단을 맞는다. 아마드는 방과후 집에 돌아와 짝꿍 네마자데의 노트를 잘못 가져온 것을 알게 된다. 친구 네마자데가 다음날또 야단맞을것이 걱정되어 아마드는 엄마의 만류를 거역하고 친구의 집을찾아나선다.

이 영화의 뼈대는 아마드의 집찾기이고 그 집찾기는 실패하고 만다.이 과정에서 척박하고 답답한 이란의 현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 현실에 대한 아무런 상투적인 해석이 없다. 영화는 그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고 감독은 거울의 각도를 조절해 태양의 빛을 골고루 나눠줄 뿐이다. 『영화는초라한 삶의꿈을 향한 창문이다』라는 감독의 의지가 그대로 배어나는 연출법임을 간파할 수 있다.

사물을 뒤틀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향해 조심스럽게접근하는 것이이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핵심이다. 그의 카메라에는 중요하고덜 중요한 사물이 없다. 또 직업 배우와 액스트러의 비중도 무시된다.사심없는 눈을 가진 관찰자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듯 무심의 눈을 통해 삶을 읽어낸다. 스타도 특수효과도 카메라 워크도 인상적인 연기도 꾸밈으로 이뤄진형식미일 뿐이다. 꾸밈 없음이 주는 무기교의 기교에 긴장없이빨려드는 시간이 행복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