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美.유럽 현지공장 고전

전자3사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서 가동중인 가전제품 생산공장이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이는 이들 선진국 시장의 가격경쟁력이 치열한데다 전자3사의 가전제품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도 낮기 때문으로 전자3사의 세계화 및 현지화 전략에 적지않은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와중동, 동남아 시장에선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둠으로써 앞으로 전자3사 해외투자및 시장공략의 초점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쪽으로 급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과 EU시장에 대한 전자3사의 가전제품판매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현지 생산제품의 경쟁력도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물론 엔화가치의하락이 원화 하락세보다 더 심화된게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도 현지생산제품의 경쟁력이 다져지지 않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전자3사 해외투자의 난맥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시장의 경우 전자3사는 현재 가전제품 직접 수출을 거의 중단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내국가인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주로 컬러TV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3사는 미국시장에 관세장벽없이 진입할 수있는 이 멕시코 공장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전자3사가 엔저의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전자3사로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시장에서 저가브랜드를 고급브랜드로 전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도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상황이다.

그래서 전자3사가 호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멕시코 내수시장 공략과 인근국가로의 수출강화다. 이제 미국시장만 바라보다가는 멕시코 공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미국시장에서 제니스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LG전자는 제니스 브랜드를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도 한국은 물론 이제 멕시코에서 생산해온 컬러TV로는 미국시장에서 발딛기가 어렵다고 보고광폭TV 등 차기 주력제품을 중심으로한 중장기 접근을 강구중이다.

EU지역도 미국시장과 크게 다를게 없다. 특히 EU시장에선 전자3사 브랜드인지도가 미국보다도 더 취약한데다 현지 생산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EU지역내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는 회사는 대우전자의 북아일랜드 VCR공장 정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나머지 전자3사의 현지가전공장은 아직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지난달말에 이탈리아에서 철수한 LG전자 냉장고공장의 경우 전자3사 EU공장의 취약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한마디로 미국과 함께 EU지역에서 전자3사의 해외 현지화를 위한 투자진출이 더 이상 비전이 없어보일 정도다.

EU지역에 대한 전자3사의 타개책은 그래서 동유럽쪽으로 몰리고 있다.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이미 동구진출을 확대해왔으며 EU지역내 생산을 통한 브랜드 고급화를 시도하던 LG전자도 동구지역으로의 다각화를 적극 모색하고있다. 대우전자가 프랑스 컬러TV공장내에 있는 PCB조립라인을 모두 폴란드컬러TV공장으로 옮기고 향후 폴란드 공장을 EU시장 공략의 중심기지화하려는움직임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3사는 또 올들어 시장공략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고 있는 CIS와 중동, 그리고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대한 현지생산 및 투자를 확대해 시장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일본과 함께 세계시장을 움직이는 3대 거대시장인 미국과 EU를 간과하고는 세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때문에 전자3사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