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노벨회장 사임 배경과 향후 전망

세계 최대 네트워크소프트웨어회사인 미국 노벨의 로버트 프랑켄버그회장이 전격 사임하고 후임에는 존 영 前휴렛팩커드 회장이 선임됐다. 프랑켄버그 회장의 사임은 지난 30일 노벨 이사회에 의해 공식 발표됐으며 그 이유는즉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급격한 경영악화에 따른 인책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켄버그의 사임은 특히 주력 제품인 「네트웨어」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NT」와 시장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업계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교체됨에 따라 노벨은 앞으로의 제품 전략은 물론 한국노벨등 전세계 40여개국 현지법인 및 50여개 에이전트에 대한 정책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프랑켄버그가 사임 배경으로 연결되고 있는 노벨의 경영 환경은 최근들어「네트웨어」의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상태를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7월말로 끝난 96회계년도(11월~익년 10월)의 3분기 매출액이 불과 3억6천5백만달러에 머물렀고 이는 2분기 보다 무려 32%가 감소한수치.수익도 지난 1분기의 1억2백만달러에서 절반에 가까운 5천8백여만달러에 그쳤다.

게다가 액면 주식 평가액도 프랑켄버그 회장 사임발표 하루 전날 11달러까지 폭락, 업계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 노벨의 주가는 전전임 눌다회장재임기간이었던 92년 초 57달러까지 치솟아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최근까지 무려 52주동안 하락세가 지속돼 10달러 선까지 위협받게 됐던 것이다.

눌다에 이어 프랑켄버그 취임한 것은 지난 94년 4월로서 당시 직책은 사장(President) 겸 최고경영자(CEO). 이어 같은해 8월 이사회 회장(Chairman)을겸직함으로써 그는 명실공히 노벨의 3대 최고직을 거머쥐었다.

프랑켄버그의 취임은 기업 합병과 매수를 통해 급격한 기업확장을 꾀하던눌다회장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른 것이었다. 눌다는 92년 MS가 누리던 SW업계의 패권을 의식, 잇따른 기업 합병과 매수에 나섰다. 이때 인수한 곳들이 「DRDOS」의 디지틀 리서치, 「유닉스웨어」의 유니벨, 「워드퍼펙트」의 워드퍼펙트, 볼랜드의 「쿼트로프로」 사업부 등이다. 그러나 그결1년도 못돼 「실패」로 드러났고 눌다의 해임으로 이어졌다.

프랑켄버그의 취임은 눌다의 방만한 경영을 수습하는 역할이었는데 실제그는 현재까지 2년 5개월의 재임 기간동안 디지틀리서치, 유니벨, 워드퍼펙트, 쿼트로프로사업부를 다시 되팔고 조직을 슬림화 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제품전략도 핵심인 「네트웨어」등 네트워크 분야에만 집중키로 하는 등과감한 수정을 단행했다.

프랑켄버그의 이같은 노력은 그러나 급격한 재정악화라는 걸림돌에 좌초되고 말았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매수 기업들을 되팔면서 제값을 받을리 만무했다. 기업매수 사상 최고금액인 14억달러에 사들였던 워드퍼펙트는 올 1월 캐나다의 코렐시스템에 되팔면서 고작 1억3천2백만달러만 받는 출혈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편 노벨 이사회는 이번 인사에서 프랑켄버그가 겸직했던 3개 최고 직책을 분산시켰는데 이에따라 이번에 임명된 존 영은 이사회 회장직만 맡게 된다. 존 영은 올해 64세로서 지난 92년까지 15년 동안 휴렛팩커드에서 사장과회장을 연임했다.

사장직은 그동안 판매를 담당하던 수석부사장 조셉 마렌지가 승진발령됐으며 CEO직은 공석으로 남겼다. 조셉 마렌지는 90년부터 영업을 이끈 공신으로써 최근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바 있으며 특히 한국 등 아시아지역의 판매신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벨 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은 전임 프랑켄버그의 경영 실패를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노벨의 기업전략에 향방은 CEO직을 존 영 회장과 조셉 마렌지 사장 두사람 가운데 누가 맡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벨의 새로운 경영진이 심각한 사태를 극복하는 과도기적 임무를 띠고 출범했기 때문에앞으로 최소한 1~2년동안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한국노벨 관계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당장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