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채널간 고유영역 없다..전문채널 무색케

케이블TV 28개 채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각채널간 고유한 영역을 넘나들거나 공중파방송과 연계하는등 종횡무진하고있다.하지만 이럴 경우,채널간 특성을 살린 전문채널이라는 장점을 없앨 수도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개국한 방송대학TV(채널 47)를 포함해 현재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는 28개 채널로 늘어났다.이들 PP는 각기 보도분야를 비롯,영화, 스포츠, 교양, 오락, 교육, 음악, 어린이, 여성, 종교, 교통관광, 만화, 홈쇼핑, 문화예술, 바둑, 공공채널등 16개 분야로 나뉘어 각 채널의특성에 맞는 전문편성을 하도록 돼있다.하지만 최근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채널성격이 모호한 흥미위주의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신설하거나 각종 이벤트성행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분야별로는 오락채널인 현대방송은 매일 「시네마천국」을 고정편성,영화를방영하고 있고,여성채널,종교채널,문화예술채널도 영화를 고정편성하고 있다.또 최근들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여성채널,종교채널,공공채널도 각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편성,방영하고 있다.

시청대상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유료영화 채널인 캐치원은 이달중 「여성을위한 테마무비」란 주제로 특선 영화를 편성하고 있고,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도 여성과 주부를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 「우먼 캠퍼스」「유럽요리 특급」등 시리즈물을 대거 방영하고 있다.

같은 분야의 채널간 경쟁 역시 치열하다.보도분야의 경우,연합TV뉴스는경제뉴스 방송처럼 매일 수차례 뉴스시간의 화면하단에 주식시세 정보를 줄띠형태로 계속 내보내고 있고,음악채널들은 최근 서태지와 아이들이 미국의MTV에서 개최하는 「MTV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아시아 부문상을 수상하자,이미 해체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앞다퉈 방영키로 했다.

또 채널들은 각종 이벤트성행사도 다반사로 기획하고 있다.현대방송은 5일오후 7시 30분 부산,경남지역의 케이블TV 방송국과함께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96 케이블TV 한마음 대축제」 행사를 개최해,오는7일 밤 9시부터 방영할 예정이다.불교텔레비전은 5일부터 오는 14일까지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불교문화대제전」을 개최,이벤트성 행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처럼 채널들간의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이나 이벤트성 행사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우선 좋을지 모르지만 각 채널의 고유한 특성을 외면한 처사로서자제돼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16개 분야에서 모두 28개의 채널들이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는 마당에 각 채널들이 저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만 벌이다가는 전문채널이란 케이블TV의 장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교육채널만 하더라도 다솜방송을 비롯,두산수퍼네트워크,마이TV등 3개의케이블TV 채널이 존재하고 있고,여기에다 공중파의 교육방송(EBS)과 최근 개국한 방송대학TV 채널까지 포함하면,채널이 무려 5개나 된다.따라서비슷비슷한 채널들간 경쟁도 만만치 않은 터에 다른 채널에서 같은 내용의프로그램을 서로 넘나들면 전문채널의 고유한 영역을 상호 침해하기때문이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