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수소전지와 리튬이온전지 등 차세대 2차전지 사업이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업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는 로케트전기, 서통 등 전지 전문업체와 태일정밀, 한일정보통신 등 4사만이 2차전지 사업에의 본격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도 초기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계속되는 개발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2차전지 사업에의 본격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태일정밀과 한일정보통신의 경우는 전지의 핵심인 전지원판은 협력사인 美 폴리스터社 및 美 발렌스社로부터 수입해 사용키로 해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단순한 조립사업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도 대다수의 업체들이 2차전지 사업진출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물론 2차전지 원천기술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전지산업은 막대한 자금을 요하는 장치산업인 데다 특히 기술을 축적하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일을 요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전지업계와정부의 무관심으로 2차전지 기술개발을 등한시해 왔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등 외국 업체에 비해 이미 상당기간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니켈수소 및 리튬이온전지가 상용화된 데 이어 차차세대 전지인 리튬폴리머전지의 상용화도 눈앞으로 다가오는 등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 국내 업체들이 이를 따라잡기에는 한층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전지기술에는 점핑이란 있을 수 없다』고못박고 있다. 자금만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아무런 기술기반도 없이 금방 차세대 전지를 개발, 양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니켈수소전지나 리튬이온전지뿐만 아니라 리튬폴리머전지도 실험실에서는 그런대로 제조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지사업의 성패는 이를 얼마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양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오랜 생산경험과 생산설비에 대한 노하우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전지사업에 처음 참여하려는 업체들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2차전지 선발업체로부터 기술 및 양산설비를 도입해야만 하는 처지다. 하지만상당수의 국내 업체들이 2차전지 사업에의 참여를 위해 외국 업체들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세계 2차전지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전지업체들은국내 업체로의 기술 및 양산설비 이전을 극구 꺼리고 있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이같은 2차전지 사업참여의 어려움은 지난 수년간 차세대 2차전지 개발에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온 삼성, LG, 대우, 현대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마저 아직 별다른 성과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현대전자는 이미 중도하차했고 일본 유아사와 협력, 니켈수소전지 및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진행중인 삼성전관은 최근 니켈수소전지 개발에 또다시 실패하고 새로운 기술도입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G그룹도2차전지 사업 주관사를 LG금속에서 LG화학으로 이전하면서 2차전지 사업을마케팅 활동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대우그룹도 대우전자 및 대우전자부품이 협력해 오는 98년부터 리튬이온전지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으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차전지 산업을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리튬이온전지만해도 소니, 산요, 마쓰시타전지등 세계 2차전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의 치열한 생산량 확대경쟁으로올해는 전년대비 4∼5배 성장한 1억2천만∼1억5천만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오는 2000년에는 5억∼6억셀 이상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차세대 2차전지 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측의 2차전지산업의 원천 기반기술인 기초소재나 기초화학, 전기기술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며 업체들도 성급한 판단에 의한 부화뇌동식 참여욕심을 버려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같은 외국 업체로부터 서로 기술 및양산설비를 도입하려는 등의 국내 업체들간 지나친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체 전지산업측면에서 투자효율을 높이고 빠른 궤도진입을 위해서는 업체들간 기술개발 및 양산과 판매를 분담하는 것도 한가지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조체제 구축을 촉구한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