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가 높은 오디오는 직접 생산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외부에서 조달한다.」
이같은 오디오공급선 이원화전략이 인켈, 아남전자, 롯데전자, 한국샤프등 AV전문업체들에 최근 확산되고 있다.
인켈은 고급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저가제품의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해 앞으로는 고급오디오의 개발에 주력하는 대신저가 오디오는 외국업체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일본 산요사와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동남아 생산기지에 포터블카세트와 미니컴포넌트 일부 모델을 위탁생산에 수입 판매하고 있는데 점차 위탁생산 품목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 회사는 대신 국내에서는 하이파이컴포넌트와 고급형 미니컴포넌트 등부가가치가 높고 외산 제품의 시장 침투가 덜 된 제품의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이달부터 일부 가동이 들어간 천안공장에서는 고급형 오디오를집중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아남전자는 최근 전문가용 오디오와 수출용 모델을 제외한 상당수 오디오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아남전자는 기술 제휴선인 일본 마쓰시타전기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롯데전자는 올초 일본 아이와의 동남아공장으로부터 미니컴포넌트 모델을주문자부착상표생산(OEM)으로 공급받기 시작하는 등 일부 저가 모델을 외부조달물량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샤프의 경우 올초부터 합작사인 일본 샤프로부터 영상기기를 수입판매하고 있는데 점차 미니컴포넌트를 비롯한 오디오도 직접 생산 대신에 수입판매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AV전문업체들이 이처럼 직접생산과 외부조달 물량으로 오디오 공급을 이원화하는 것은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격경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니컴포넌트급 이하의 중저가 오디오의 경우 최근 외산제품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그 결과 마진폭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0%대였던 마진폭은 올초 20%대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가격인하 경쟁과 판매부진이 겹쳐 10%대까지 떨어진 제품도 일부 있다.
하지만 AV업체들은 유통망에 대한 적정 마진을 보장해줘야 하는 입장이어서 전체 마진의 일부만을 취할 수밖에 없어 고스란히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외국업체에 위탁 생산할 경우 생산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따라서 적정 마진이 보장된다. 외국업체에 위탁생산하려는 움직임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수입판매도 사정은 비슷하다.
AV업계의 공급 이원화 움직임에는 유통점들의 요구라는 또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오디오대리점들은 소비자들이 중저가모델에서는 국내 제품보다는외산제품을 많이 찾는다며 해당업체에 외산제품의 취급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망 유지가 절실한 AV업체로서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을 보면 AV업체들이 추진하는 오디오공급선 이원화 전략은 고부가가치화라는 전략적인 목표 아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기 보다 시장 침체에 따른 일시 방편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씻기 어렵다.
그렇지만 오디오시장 침체가 해소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AV업계의 생산 이원화 추세는 자의든 타의든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