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멀티미디어바람 솔솔..학교가 달라진다

각급 학교에 멀티미디어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 설계」수업이 한창인 어느 실업계 고등학교의 한 교실.

교사는 마우스를 클릭해 자동차의 전면과 측면,후면의 설계화면을 연이어모니터에 출력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과 동시에 자신의 모니터에 나타난 자동차의 설계도면을 진지한 태도로 바라보고 있다.

또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자동차 설계도가 빨간 스포츠카로 변신하자교실에는 낮은 탄성이 울려퍼진다.

자동차 디자인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김군은 재빨리 자료실을 클릭한다.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스포츠카들에 대한 사진자료를 보기 위해서다.이 중하나를 선택한 김군은 고해상도의 컬러프린터를 통해 설계도면을 출력한다. 다양한 동화상 자료와 음성데이타가 교사와 학생사이를 날아 다니는 이같은교실의 모습은 이제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전국의 학교와 교실에 분필가루 대신 이 멀티미디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학교,기업체들이 멀티미디어 교실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보이고 있고 새로운 교육환경 건설을 위해 아이디어를 집중시키고 있다. 이바람이 몰고 온 것은 21세기를 향한 정보화 기류에 따라 교실 환경은 물론교사와 학생의 수업방식 등 학교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암기식주입식 교육으로 대변되던 학교가 멀티미디어 교실을 기반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이처럼 멀티미디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교사의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고 학생 개개인의 창의적,자율적 교육을실시한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멀티미디어 교육계획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98년까지 전국 실업계 고교 및 과학고에 멀티미디어 교육장을 우선적으로 신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멀티미디어 교육환경을구축한다는 것.

기본 방향 또한 단기적으로는 교육전산망,국가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에듀넷,위성방송 등과 연결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초고속정보통신망과연계,멀티미디어를 통한 교사와 학생의 학습능률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멀티미디어 네트웍 환경을 통해 국민의 평생교육까지 유도한다는 것.

멀티미디어 교실을 꾸미는 것은 학교장의 재량이지만 만들기 위해 필요한1억 5천여만원의 비용은 전액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올해의 경우 총 2백 30개 고등학교에 멀티미디어 교실이 만들어질 예정이고 오는 97년에는 8백여개의 고등학교에 이같은 멀티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급 교육청과 학교 교사들의 경우 컴퓨터 기초교육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 개발학습 등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교육개발원의 경우 교사가 직접 교육용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멀티미디어 교육 저작도구 「새빛」을 개발한 상태다.

멀티미디어 교실 구축작업을 담당하는 각 시스템 공급업체들의 경우 현재가장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전자,대우통신,현대전자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외산PC업체 및 중소대리점까지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레이스컴,한국 탑웨어,동원,건한,진 엔지니어링,믹스정보통신 등 네트웍장비 공급업체들도 PC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수주전에 가세하고 있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에 힘입어 새롭게 선보일 멀티미디어 교실의 모습도 당초교육부의 예상과는 달리 첨단환경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다.

정보화 교육을 위해 새롭게 제시된 교실안은 A/V넷과 VOD교실.

이 중 A/V넷은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전송네트워크로 교사의 강의내용이 학생들의 컴퓨터에 그대로 전달되도록 꾸며져 교사의 통제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VOD교실의 경우 대용량의 PC서버를 기본으로 학생들의 PC를 네트워크로 연결,학생이 직접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자유롭게 검색해 볼 수 있는 것으로쌍방향 학습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이 구상 중인 교실들 모두 자유로운 인터넷접속 및 위성수신은 기본이다.

올 해안에 선보일 교실의 형태도 각양각색의 다양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첨단 학습시설과 교육방식 등 총체적인 학교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상황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학교 교사들의 정보화 지식 부재와 시장현황에 대한 무지로 인해 실습실구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물론 기업들간의 과당경쟁으로 학연,지연에 근거한 수주 계약과 원가 이하의 공급가 제시 등 혼탁한 수주전이 전개되고 있는것.

첨단 교육장과 달리 학교의 제반 환경들은 지극히 열악해 효율적인 실습실관리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실습실이 1학교당 1개씩만 만들어짐에 따라 학생 1인당 수업참여기회가 연 2회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점과 교사의 활용정도가 어느 정도가 될 수있는가 등은 학교의 변화에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및 학교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계획에 근거,정부와 학교,기업간의 활발한 협조가 이뤄지는 가운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환경의 변화가 모색되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