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국산 전자레인지 반덤핑 확정

전자업계의 통상능력이 아직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동안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부터 수없이 반덤핑 제소를 당하면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듯했으나 이번 아르헨티나 정부의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반덤핑 확정판정 결과 전자업계의 통상 취약상을 다시한번 드러내고 말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관보를 통해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해 반덤핑 관세부과 대신에 최저 수입가격(미니멈 프라이스)을 업체별 및 용량별로 최저1백6달러98센트(14ℓ)에서 최고 2백34달러51센트(40ℓ)로 확정 고시, 그동안의 반덤핑 혐의조사를 마무리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반덤핑 확정판정에 미니멈 프라이스를 적용한 것은 이미 덤핑조사 때부터 예고된 사항. 지난해 4월 잠정판정 때에도 반덤핑 관세율 대신 미니멈 프라이스를 매겼었다.

그러나 이번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확정판정이 가전3사를 비롯한 전자업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자업계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우선 덤핑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던 다기능 전자레인지가 미니멈 프라이스를 적용받게 됐다. 현재 아르헨티나에 수출중인 팬을 부가한 컨벡션모델과 그릴기능을 갖춘 다기능 제품들의 값이 일반 전자레인지보다 높아 미니멈 프라이스를 적용한다 해도 수출전선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지만 전자업체들로선 국제통상에서 개도국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이는 또 지난 7월초에 실시된 아르헨티나 정부의 실사에서 가전3사가 조사관들을 충분히 이해시켰다는 게 오판임을 드러냈다.

이번에 확정고시된 미니멈 프라이스도 40ℓ급의 경우 지난해 잠정판정 때의 2백7달러(21ℓ 초과제품)보다 훨씬 높아 아르헨티나에 수출하는 다기능전자레인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전3사와 전자산업진흥회는 실사 이전까지만 해도 확정판정 결과에 따라그 부당성을 들어 아르헨티나를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토록 우리 정부에건의한다는 것까지 논의(본보 6월10일자 1면)했으나 실사를 받은 후에는 다시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제와서 다시 WTO제소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르헨티나의 한국산 전자레인지 반덤핑 판정으로 사실상 가전3사가당장에 입는 피해는 없다. 가전3사는 다기능 전자레인지를 제외하고는 일반전자레인지 완제품을 아르헨티나에 수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완제품 수입관세율이 29%선에 달해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부품형태(16%)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측에서 어떠한 판정을 내려도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고 밝혀왔다. 이는 아르헨티나로부터 덤핑혐의로 조사받는가전3사와 전자산업진흥회가 통상 대처하는 일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자산업진흥회와 가전3사 관계자들이 9일 머리를 맞대고 모색할 예정인대응책에선 또 어떤 악수가 나올지 걱정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