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톱박스 가격인하전쟁, 국내업체 악영향

직접위성방송(DBS)용 세트톱박스 공급가격이 최근 최대수출선인 미국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어 국내 관련업체들의 사업 차질로까지 이어질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백99달러선을 유지하던 미국 내 디지털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 공급가가 현재 소비자기준 1백99달러선까지 떨어졌으며DBS사업자들간의 치열한 가입자 확보경쟁으로 인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지역 세트탑박스 시장에 대한 참여기회를 노려 제품개발 및 마케팅활동을 강화해 온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생산업체들은 이같은 가격인하 경쟁으로 말미암아 수출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세트톱박스 시장에서는 최대공급업체인 「톰슨CS사」가 지난 8월 말새로 DBS서비스에 나선 「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즈사」와 1백99달러대에 공급하기로 합의했으며 「디렉TV」와 「USSB」 등 두 DBS사업자들이 1년분 수신료를 선불로 지불하는 가입자들에게 1백99달러에 제품를 공급할 것을 밝힌상태다.

에코스타」 등 미국 DBS사업자들의 이같은 1백99달러짜리 세트톱박스 보급계획은 일정 프로그램료 이상을 지불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세트톱박스 공급업체들은 이들 사업자로부터 2백달러 상당을 보전받아 실제 공급가가 3백99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DBS사업자들은 현대전자 등 국내 생산업체들에 본선인도(FOB) 가격기준으로 3백50달러대의 제품공급을 타진하고 있어 세트톱박스의가격인하가 한층 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세트톱박스 생산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대우전자가 지난해말 디렉TV용 세트톱박스 공급업체인 톰슨CS사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 제품출하를 준비 중이며 현대전자와 삼성전기가 현재 알파스타사에 세트톱박스를공급하고 있다. 또한 기륭전자가 OEM형태로 미국내 세트톱박스 업체인 사이언티픽애틀랜타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중이며, 현대전자가 유럽의 네트홀드사에 대한 제품공급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내 세트톱박스 업체들의 제품생산 및 공급방식이 미국 방송사업자들의 기술사양서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공급가 조정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업체의 한 관계자는 『핵심부품에 대해 원칩화기술을 적용,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방송사업자들로부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미국업체들이 세트톱박스에 대한 기술을 개방하지 않는 한, 국내업체들의 사업전략은 수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