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영상문화시대를 맞아 「듣는 음악」이 「보며 느끼는 음악」으로 전환중이다. 한 세기쯤 세월이 흐른 후 역사가들이 아마도 1990년대 중반무렵의 한국 대중음악계를 「뮤직비디오 전성기」로 기록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최근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이기 시작했던 뮤직비디오는 이후케이블TV 음악전문채널 등장을 발판삼아 독자적인 장르로 도약했다.
실제로 케이블TV 음악전문채널인 뮤직네트워크는 현재 1주일에 21시간 정도 미국 MTV프로그램을 독점 방영하고 있으며, 국내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약 1백40편 가량 외주제작한 상태다. 코리아음악방송의 경우에도 국내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1주당 4∼5편 제작, 현재 약 5백50편을 보유해 뮤직비디오전성시대임을 반증하고 있다.
물론 뮤직비디오가 음반판매량만큼이나 개인들에게 판매되는 양이 많지는않지만 TV공유물로서 일반화했으며 음반홍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새로운 공연문화창달 등을 고려할 때 그 부가가치는 크다. 성공적인 뮤직비디오제작이 음반판매량 증대를 좌우하는 한편, 전세계에 아티스트의 역량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상의 매개체임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로큰롤(Rock&Roll)의 황제로 군림한 앨비스 프레슬리의 가위 혁명적인 몸부림이 TV에 등장하면서 이미지 중심의 음악이 태동했다. 이후 지난81년 美 MTV가 태동한 이래로는 아티스트들의 성공에 뮤직비디오가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80년대 최고의 스타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 순회공연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그의 몸동작이 전인류의 춤 속에 스며들었던 게 좋은 사례다.
국내 아티스트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뮤직비디오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영어버전인 「Betrayed Love」로 MTV아시아의 전파를 탔으며,서태지와아이들의 「컴백홈」이 96 MTV인터내셔널 비디오뮤직 어워드를 수상해 전세계에 소개될 예정이다.
또 015B처럼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인류 최후의 날을 묘사, 자신들의 음악메시지를 적극 표현하는 사례도 있다. 015B는 뮤직비디오 「만남」에 은하철도와 원폭장면을 등장시켜 자신들의 목소리에 힘을 배가시켰다.
이렇듯 「음악=영상」임을 반영하는 시대적 조류는 비단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레이저 디스크(LD), 비디오CD, CD플러스 등 전자산업 발달에 힘입어 더욱 비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