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꼭 필요한 것도 줄여야 한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최근 불어닥친 사상 최악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만연했던 거품을 제거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차 안마시기 운동」, 「시외전화 자제운동」, 「이면지 사용운동」, 「회식 1차로 줄이기 운동」 등 간접비용 절감운동은 이미 보편화됐고 최근에는 생산성향상 및 생산구조 합리화 방안을 비롯, 감원 및 임금인상 억제 등의 극단 처방까지 나오고 있다. 「쓸 것은 쓰고 줄일 것은 줄이자」는 식의소극적인 방향에서 이제는 「쓸 것도 줄여서 써야한다」는 식의 적극적이고대폭적인 의식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그룹차원의 거품제거 운동을 전개할 방침으로 지난 7월하반기 경비운영 계획을 세우면서 각부서별 계획을 재수립, 올해 투자목표였던 4천억원에서 최대 10% 정도를 축소 조정할 방침이다. 이를위해 광고비,소모품비 등을 줄이는 한편 지금까지 자율 분위기에서 진행하던 비용절감 운동을 그룹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 훨씬 타이트하게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중소 부품업체들 가운데는 명예퇴직제를 적극 활용, 임금 수준이 높은 간부급 임원들의 조기 퇴직을 권고하고 있으며 결원시 충원을 하지않는식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업체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U자 라인 또는 I자 라인 등 한명이 여러 공정을 동시에 처리할수 있는 방향으로 라인을 재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저항기 전문업체인A社는 올해안에 10% 가량의 인원을 감원하고 한사람이 1공정만을 맡던 것을한사람이 여러 공정을 맡도록 할 예정이며, 경인전자는 조직을 팀제로 개편하면서 팀장을 직급과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선정함으로써 임원급 인사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한편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해 경비인력을 대폭 줄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1백PPM인증 획득을 추진하거나 품질향상을 위한 전사적인 의식개혁 운동에 나서는 업체들도 속속 늘고 있다. 삼성전관은 협력회사 100 품질인증 획득을 목표로 금년중 15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덕전자, 싸니전기 등은 최근 1백인증을 획득했고, 서신전자는최근 2개월 동안 한일협력재단의 관리 및 기술지도 받는 등 2년 연속 1백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산업용 스위칭모드파워서플라이(SMPS) 업체인화인전자썬트로닉스, 트랜스포머업체인 동흥전자 등을 비롯 1백인증 획득을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오리온전기는 브라운관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을 품질향상으로 극복한다는방침으로 전사원이 「품질향상 및 생산성혁신」이라는 내용의 빨간리본을 달도록 하고 있으며 공장정문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애드벌룬을 띄우는 등 품질향상을 위한 운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코닝도 공장에 현수막을설치, 품질혁신에 대한 전사원의 의식제고에 나서고 있다.
경쟁력 없는 품목은 과감히 축소하고 경쟁력 있는 소수정예 품목에 집중투자를 함으로써 투자의 효율을 높이는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도 대표적인 비용절감의 사례가 되고 있다.
유유는 부가가치가 낮은 팬모터사업에 대한 신규투자를 대폭 줄이고 BLDC모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릴레이도 통신용에 특화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신규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SMPS 전문업체인 행성사도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SMPS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각종 통신기기용 부품사업에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밖에 태평양금속과 LG전자도 스피커용 자석 및 양면PCB 사업을 정리하는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정리하는 업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밖에 트랜스포머 업체를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부품업체들은 중국이나동남아 등 인건비를 저렴한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 인건비를 줄여나가는데주력하고 있다.
한편 최근의 불황사태와 관련 서신전자의 김영진 사장은 『올해 무역적자가 2백억달러, 국내 총 외채는 2천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외국에서 돈을 빌려 사치했다는 얘기』라며 『최근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품제거 차원이 아니라 임금인상도 생산성과 연계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제살을 깍아내는 아픔을 겪어야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한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