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Liquid Crystal Display)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TN 및 STNLCD분야에서 기초를 갈고 닦은 국내 업체들이 이 분야의 핵심품목인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지난해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했으며 올해에는 바야흐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포문을 열었다.
지난 70년대 초 브라운관 산업에 뛰어들어 20년만에 세계 최대의 생산국으로 우뚝 섰고 80년대에는 메모리 반도체에 과감히 투자, 국내 최대의 수출품목으로 일궈낸 국내 전자업체들이 90년대에는 차세대 핵심 디스플레이인 LCD를 육성, 21세기 신화창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재벌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심혈을기울여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LCD산업의 현주소와 전망, 그리고 그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반도체가 전자산업의 쌀이라면 액정표시장치(LCD)는 전자산업의 꽃이다.
반도체가 전자산업을 발달시켜 생산과 소비구조의 고도화 및 정보화 사회를 구현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면, LCD는 이를 통해 축적해온 방대한 정보를 직접 눈으로 습득할 수 있는 실체적 도구이자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LCD는 나아가 정보화 사회의 열매를 획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시대 진입에 따라 그 기술적, 상품적가치 또한 매우 높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멀티미디어 환경에서는 모든상품에 이동성이 강조되고 따라서 디스플레이도 경박단소화, 저소비전력화가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부피가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높은 소비전력을 요구하는 종래의 브라운관은 멀티미디어용 디스플레이로서한계를 지니게 된다. 반면 초슬림형에 무게도 가볍고 소비전력도 매우 낮은평판디스플레이의 하나인 LCD는 멀티미디어용으로 적합한 특성을 고루 지녔을 뿐 아니라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 등여러 평판디스플레이 중에서도 상품화가 가장 급진전되고 있는 제품이다.
LCD는 선발 일본 업체들을 필두로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지역 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생산과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지난 한세기 동안 디스플레이의 왕좌를 지켜온 CRT를 제치고 디스플레이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세계 LCD 시장은 5∼6인치급 이하 중소형 TN, STN LCD가 주류를 이루던 지난 91년까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노트북 PC 붐을 타고 9인치 이상 STN LCD가 상품화하면서 두드러진 신장세를 누려왔다. 특히 지난 94년부터 노트북 PC에 STN LCD를 제치고 동화상 표현이 가능한 박막트랜지스터(TFT) LCD가 채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 92년 36억2천만달러(2조5천7백60억원)에 불과했던 세계 LCD시장은 이로부터 불과 3년만인 지난해에 이의 2.5배 규모인 92억달러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오는 2000년에는 1백6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표1>
특히 오는 2005년에는 그 규모가 3백10억달러(24조8천억원)에 이르러 2백50억달러로 전망되는 브라운관시장을 제치고 명실공히 21세기 디스플레이의왕관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LCD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지난 92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무려 26.
8%,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13%에 이르고 이후에도 10% 이상의 고성장세를구가할 전망인 반면 브라운관은 지난 92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4.9%, 2000년부터 2005년까지 3.9%의 성장에 그치면서 이후 현상유지 내지는 감소세로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CD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자 현재 세계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물론 아시아, 미국, 유럽지역 업체들은 앞다투어이 시장에 뛰어들거나 설비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삼성, LG, 현대, 대우 등 국내 재벌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특유의 추진력을발휘해 TN, STN에 이어 TFT LCD 분야에서도 발빠른 행보를 거듭, 일본에 이어 제2의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는 현재 LCD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하며 LCD의 주력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TFT LCD에 집중 투자, 지난해부터 양산에 돌입했으며 올들어서는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고 있다.
TFT LCD 사업에 가장 빨리 뛰어든 삼성전자는 기흥공장에 최대 월 12만개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제2세대 라인을 완공, 지난해 3월부터 가동에 돌입했으며, LG전자도 지난해 12월 구미에 최대 월 12만개 생산능력을 가진 제2세대 라인의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예정보다 다소 지연돼 3사중 가장 늦게 TFT LCD 사업에 뛰어든 현대전자도이천공장에 최대 월 4만8천개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2세대 설비도입을 마치고 오는 10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더욱이 삼성과 LG는 공장 가동초기 경험미숙에 따른 수율저조와 갑자기 불어닥친 가격폭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올 들어 시장상황의 호전으로 공장을 풀가동하는 등 호조를 누리고 있다.
오는 98년에는 한국이 브라운관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TFT LCD 산업에서도 강국으로 부상, 일본과 함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0.4인치 기준으로 월 12만개의 액정모듈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고 오는 10월에는 현대전자가 월 4만8천개의 액정모듈 양산에 돌입, 연말에는 국내 TFT LCD 생산능력이 10.4인치 기준으로 월 26만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이미 제2라인의 착공에 들어갔으며 현대전자도 내년에 6천6백억원을 투입, 98년 초에 제2라인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3사가 신설할 라인의 생산능력은삼성전자가 10.4인치 기준으로 월 22만5천개, LG전자가 11만7천개, 그리고현대전자는 27만개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신규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98년에는 국내 3사의 TFT LCD 생산능력이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나 10.4인치 기준으로 월간 87만개, 연간으로는 1천46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12.1인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54만개, 연간 6백48만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오는 98년 STN 및 TFT 액정모듈 수요가 3천5백만개로 예상되는세계 시장에서 국내 3사는 품질 및 수율안정과 판매가 호조를 이룰 경우 수량기준으로 적어도 15%에서 최고 20% 이상 점유가 가능, 일본을 제외하고는TFT LCD 시장에서 한국이 강력한 2인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삼성전관, 현대전자, 오리온전기, 한국전자 등 TN, STN LCD 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의 고급화 전략과 대만, 홍콩, 중국업체들의 저가격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꾸준한 기술개발과 제품 차별화 정책으로 급증하는내수시장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삼성전관, 현대전자, 한국전자 등은 가정용, 산업용, 통신용 등에 주로 쓰이는 중소형 제품에 주력, 구동장치가 없는 패널 위주의 사업구조를 구동장치를 내장한 모듈위주로 전환, 동남아산 저가제품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급제품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또 삼성전관과 오리온전기는 TFT LCD에 밀려 궁지에 몰려있는 10.4인치급이상 대형 STN LCD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 저가 노트북 PC 등 니치마켓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수요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모니터용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TN, STN LCD는 TFT 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성은 떨어지지만 투자비가적게 들고 폭넓은 수요기반을 장점으로 지속적인 시장확대가 이뤄질 것으로기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TFT LCD와 기술적, 상품적으로 상호보완적 대체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변함없는 기술개발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로 인식되고있다.
국내 TN, STN LCD 업체들은 한국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TFT LCD사업에 뛰어들었거나 계열사에 TFT LCD 업체를 두고 있어 상호보완적 관계유지를 통해비약적인 발전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