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영상산업과 과학적 감각

지난 7월과 8월 내내 미국에서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이 개봉돼 세간의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단순히 영화 사상 단시일내 최고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는 흥행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의 대담성과제작기법의 창안성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단순히 영화비평가나 컴퓨터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찬사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반응도 전문가못지않게 영화제작에 기울여진 노력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거둔 영화 대부분이 독창적인 특수효과를 가미한 것이다. 70년대 「ET」가 그랬고 80년대에는 「터미네이터 2」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영화의 흥행성공의 이면에는 단순히 유능한 감독뿐만 아니라 특수효과를 창안해 내는 일군의 전문기술진들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들의 직업이 대학의 교재로 선정되기도 하고 박물관에 영구 보관될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이들 전문가들은 대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그 응용력을 영화제작을 통해 과학의 실체를 희화시키는 유능한 인재들이다.

현재 미국내에는 이러한 특수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1백여개가 넘고이에 몸담으려는 젊은 과학도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이 분야가 고부가가치산업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아마도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틈새시장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가 단순히 눈요기로 지나쳐버리는 영화 속의 장면들의 대부분은 컴퓨터가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 영상합성과 특수조명, 특수음향 등 고도의 첨단정보기술이 어우러져 창안되는 것이다. 이 분야의 기술들도 점차 누적이 이루어져 제작비 절감의 효과도 가져오고 촬영현장의 위험도도 경감시키는 파급효과까지 발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수효과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기술의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발시키는 데 실질적인 모체의 역할을 톡톡히 발휘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도 이러한 영화 관람을 통해 과학적 마인드가 상승되는 경험을한다. 직업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영화의 특수효과에 관한 것이 일상적 대화가운데 중요한 주제로 부각된다. 또한 이를 반영하듯 수백종의 주간지, 월간지마다 영화속의 특수효과에 대해서 심층기사를 내보낸다. 한마디로 과학의일상화가 조성되는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미국의 영화산업이 세계 문화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지배력을 발휘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비판도 없지 않다.그러나 미국의 영화는꿈이 깃든 상상력을 표출시켜내는 뛰어난 기획력과 시대적 기술을 최대한 적용시키는 과학적 기법이 뒤섞인 훌률한 영상 상품의 속성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단순히 소비의 눈으로 미국의 영화를 바라만 보아서는 안된다. 오늘날 영화는 단순히 소재나 연기자에 의해 평가되는 시대를 벗어나 섬세한기획력과 과학적 사고방식이 담긴 제작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바로 그럴때 종합예술로서의 영화 미학이 새롭게 부각되는 계기를 갖추게 된다.

미국의 「인디펜던스 데이」의 경우 그 주제가 너무 황당하고 지나친 무협주의적 묘사 때문에 냉소적인 반응도 일부에서 뒤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모든 상상은 결코 허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실현가능하다는 전제로 창작작업을 시도하는 이들의 과학적 태도는 높이 살만한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에 지배되어 있고 그 속에서 전개되는 갈등적 인간관계에 감정이 몰려 있다. 발원지조차 애매한 광란적인 쇼에 눈길이 고정돼 버리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영상시청에 포박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학적 감각을 익히기는 어렵다. 기술의 혁신은 우리의 가까운 생활주변에서 발견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국민적 차원의 과학적마인드가 어떻게든 조성되었으면 싶다. 그리고 그 자극제가 영상오락 분야에서 발단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