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반도체 협력

우리나라처럼 1등을 좋아하는 국가도 드물 것이다. 무엇이나 세계 최고를좋아하고 최고가 아니면 당사자나 보는 사람들도 시큰둥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번 올림픽에서 어렵게 은메달을 따내고도 침울한 표정을 지은 선수들이 적지 않았던 것에서도 이같은 성향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외국, 특히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나 공동작업을 꺼리고 공동의 경우도 지배권을 가지려 하는 성향이 있다는평가도 종종 들리곤 한다. 특히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국가 사람들은 한국이최근 경제가 발전하고 부가 어느 정도 축적됐다는 이유로 좀 더 발전이 늦은국가의 사람들을 무시하려 한다며 은연중 적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한국이 영어를 제2국어로 사용하지 않아 준영어 사용권인 동남아 사람들과의 대화나 표현에 한계가 있는데다 성격차도 적지 않게 작용하겠지만 일정부분 사실인 것만은 틀림없다.

최고를 지향하면서 제2나 제3의 대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성향은 반도체산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업계는 초기의 시행착오를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D램 한우물만 파왔고, 이제 D램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생산규모와 위치를 감안할 때 지금까지 외국과의 변변한 합작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어떤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혼자서 리스크를 걸머지고 있다는 말도 된다. 특히 경기가 불투명해진 지금 상황에서이같은 단독 일변도의 투자행태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외국업체들이 의사결정 지연 등 답답함과 불편함을 무릅쓰고 다국간 자본,기술 합작공장을 대거 설립하고 합작이 아닌 경우라도 최근 아남그룹과 반도체기술협력 계약을 맺은 미국 TI나 LG반도체와 협력관계에 있는 히타치의 경우처럼 외국 협력선에서 일정 물량을 제공받는 관계를 확대하는 배경을 새삼헤아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적을 이기려면 적의 강점도 배울 건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