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PC대리점 불법복제 단속 의미

서울지검 6부는 지난 7일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전자 등 유명PC 대리점5군데를 SW패키지 불법복제 혐의로 적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흔히 있어온 SW 불법복제 단속건이려니하고 하겠지만 이번 건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 우선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5군데가 모두 유명PC회사 소속이다. 또 기소된 5군데중 소속사의 대리점 매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곳도 있고 연간 1백억원대 안팎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리점도 있다. 요컨대소속사의 간판격 대리점들인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검찰의 단속은 그동안 SW 불법복제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유명 PC대리점들에 대한 국내외 SW회사들의 못마땅한 시각이 그대로반영된,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수 있는 것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5개 대리점은(주)삼성씨엔씨, (주)에스씨에스, (주)정인유통 등 삼성전자 대리점 3곳을비롯, LG기전통신(주)과 (주)삼보종합솔류션 등 LG전자와 삼보컴퓨터 대리점각 1곳이다.

검찰은 국내외 SW회사들의 권익을 대행해온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와 상업용소프트웨어연합(BSA)의 고소에 따라 지난 7월24일 이들 5개 대리점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 불법복제 증거물을 압수하고 증거보강수사를 계속해왔다.

이들 5개 대리점은 한글과컴퓨터의 「한글3.0b」, (주)마이크로소프트(MS)의 「MS한글오피스95」,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등 SW를 무단복제한 뒤이를 PC구입자들에게 불법 유통시켜온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외 SW회사들의 유명 PC대리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법률 대리인인SPC와 BSA가 공동으로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과 진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이가운데 K씨(26, 서울 관악구 신림본동)가 증언한 진술서 내용은 복제된 SW가설치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밝히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진술인은 ...삼보종합솔류션에...전화를 걸어 담당자인 최xx에게 컴퓨터를 구매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진술인이 원하는 SW를 무료로... 하드디스크에 설치하여 줄수 있느냐...그랬더니 최XX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언제든지 매장으로 찾아오면 원하는 SW를 설치해주겠다고 말했다. 진술인은 (다음날) 매장을 찾아...펜티엄급 PC 1대를 금 2백5만원에 구매키로 하고....「한글3.0b」, MS의 「엑셀」 등을 하드디스크에 설치해달라고 하자, 최XX는 그 자리에서 「한글3.0b」와 「MS오피스95」를 ....설치해주겠다고 대답하였다., , , 4일 후 컴퓨터를 수령한 결과 「한글3.0b」와 「MS오피스95」 등이 불법복제돼 설치돼있었다.』

진술서 내용은 SPC와 BSA가 평소 이들 PC대리점에서 SW불법복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따라서이번 유명PC 대리점들에 대한 검찰에 대한 고소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수순으로 볼 수 있다.

이에대해 피해자인 한글과컴퓨터 측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국내에서 SW불법복제가 성행하고 있는 곳은 PC매장, 그 가운데서도 특히국내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대기업 계열 등 유명PC대리점에서 가장 심하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유명PC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지배적인데다가기업간 우호 관계도 있어 대리점들에 대한 고소를 자제해왔을 뿐』이라고 말해 이번 고소건에 대해 많은 검토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에대해 이번 사건에서 3개 소속 대리점이 불구속 기소된 삼성전자 측 한관계자는 『유명PC회사들이 그동안 소속대리점의 불법복제 행위를 묵인해왔다는 SW업계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앞으로는 대리점들의 불법복제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도해 나가겠지만 PC회사들의 마키팅 정책도 변화돼야 할 필요성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SPC와 BSA는 93년 이전에도 2~3차례 사용자기업, 학원, 개인 등과 더불어 일부 PC유통업체를 SW불법복제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지만 유명PC대리점 만을 집중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현진 기자>